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파리 테러 배후인 이슬람국가(IS) 척결을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 내전 개입을 둘러싸고 반목하던 미국과 러시아가 올랑드 대통령의 요청을 계기로 손을 맞잡게 될지 주목된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 파리 베르사유궁에서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갖고 “우리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지하디스트(이슬럼 성전주의자), 테러리즘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IS란 악마적 존재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IS 대응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도 협력 요청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1년 넘게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거점지를 공습하고 있지만, IS는 오히려 대륙을 넘나들며 테러 활동을 대폭 늘리고 있다. 러시아도 지난 9월 말부터 시리아 공습에 나섰으나 최근 IS의 러시아 테러 위협이 노골화 하면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파리 테러 직후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 분위기도 어느 정도 조성 됐다. 두 정상은 전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휴식시간 별도로 만나 약 35분 동안 시리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사태 이후 두 정상이 따로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우리는 IS의 추가 공격을 막고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처음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 긴장이 줄어들고 있다”며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와 위협을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이 협력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입장 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외교안보 연구소인 미국 윌슨센터의 매튜 로잔스키는 CNBC에 “협력이 이뤄져도 매우 낮은 수준에서 실행될 것”이라면서 “특히 양국이 시리아에 대해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긴밀한 협력은 쉽게 합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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