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을 다음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데 이어, 중앙정보국(CIA) 최고 수장마저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미국 전역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공포감 확산으로 이민ㆍ치안 당국의 과잉 대응이나 무슬림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IS는 16일 공개한 영상에서 “미국의 중심인 워싱턴을 타격할 것을 맹세한다”고 위협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도 이날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파리 테러가) 일회성 행사라고 간주하지 않고 있다”며 IS의 동영상이 단순 위협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추가 테러 대상지로 지목된 워싱턴과 뉴욕은 곧바로 테러 대응 수준을 한층 강화했다. 9.11테러가 발생했던 뉴욕시는 테러진압 특수 훈련을 받은 경찰 100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수도 워싱턴에서도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 주위에서 경찰견을 동반한 경찰들이 증원 배치돼 테러 위험에 대비했다.
IS 위협과 치안 당국 대응 수위가 높아지면서 작은 이상 징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워싱턴에서는 공교롭게 IS 위협 직후 총성과 함께 한 여성이 시내 중심가 빌딩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하는 바람에 출근 시간대 일대 교통이 전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워싱턴과 인접한 메릴랜드주 체스터타운 워싱턴칼리지에서는 오전 일찍 임시 폐쇄 공고가 나붙었다. 한 학생의 부모가 ‘아들이 갑자기 총을 들고 나갔다’고 신고한 데 따른 조치였다.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에서도 폭발물 신고가 접수돼 낮 한때 학생과 교직원에 대해 긴급 대피조치가 이뤄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정밀 조사를 진행한 뒤 테러위협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건물이 개방됐지만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테러 공포는 공화당 성향의 주 정부가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파리 테러에도 불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난민 수용 방침을 굽히지 않자 공화당 주지사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6일 현재 미시간 앨라배마 텍사스 일리노이 주 등 미국 50개 주의 3분의1에 육박하는 16개 주가 난민 거부 방침을 선언했다. 뉴햄프셔 주를 제외한 15개 주 모두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공화당이 집권한 곳이다.
한편 프랑스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두 번째로 프랑스군이 시리아 락까 지역의 IS에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프랑스군은 이번 공습에 라팔(Rafale)과 미라지 2000(Mirage 2000) 전투기가 출격해 폭탄 16발을 투하했다.
국방부는 “미군과 협력해 실시된 이번 공습은 앞서 프랑스가 진행한 정찰 임무 중 식별된 장소들을 표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작전으로 락까 내 IS의 지휘소와 훈련소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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