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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본 한 판 붙자” 토종여행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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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본 한 판 붙자” 토종여행사 뜬다

입력
2015.1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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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協, 내년 1월 50억 규모 출범

중국의 하청업자 전락 위기감 반영

제주관광 생태계 회복될지 여부 관심

“그래, 한 판 붙어보자.”

제주 지역 관광인들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토종 대형 여행사를 만들기로 했다. 대규모 중국 자본을 앞세운 도내 중국계 여행사들이 제주 관광시장을 장악하면서 지역 관광업체들이 사실상 중국계 여행사들의 하청업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년 늘고 있는데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상황이 반복되자 지역 관광인들이 중국계 자본에 맞서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도내 여행업체와 숙박업체, 기념품업체, 외식업체, 렌터카업체 등이 참여하는 대형 여행사를 내년 1월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여행사 상호는 발기인 대회를 통해 이미 ‘제주투어 인터내셔널(Jeju Tour InternationalㆍJTI)’로 정해졌다.

JTI의 자본금은 최소 50억원으로, 도관광협회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전체 자본금의 30~40%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JTI는 제주도 등 행정기관의 투자를 받지 않고 순수 민간자본으로만 운영된다. 도관광협회는 이를 위해 26~27일 서귀포시와 제주시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도내 관광업계 종사자와 일반 도민이면 누구라도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억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JTI가 예정대로 출범하게 된다면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토종 여행사가 된다. JTI는 자체 크루즈 관광은 물론 마이스(MICE) 산업, 의료관광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중국과 동남아 지역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제주 관광인들이 이처럼 쌈짓돈을 풀어 대형 토종 여행사를 차리게 된 데는 중국계 여행사의 중국인 관광객 모집 독점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관광수입은 역외로 유출되고 도내 영세업체들은 중국 업체의 하청업자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현재 제주지역 일반여행업(내국인ㆍ외국인 대상 여행상품 판매) 282개 업체 가운데 화교 등이 운영하는 중국계 여행사는 43곳에 불과하지만 이 중 유명 여행사 3~4곳이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90% 이상을 모집하고 있다. 제주 도내 관광업체들에게 중국인 관광객 모집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중국계 여행사들의 중국인 관광객 독점으로 인한 관광수입 역외 유출도 심각하다. 2013년 제주를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게서 벌어들인 관광수입 3조1,604억원 중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82%(2조6,195억원)였다. 특히 중국계 여행사들이 도내 호텔을 비롯해 음식점, 사후면세점까지 진출하는 등 제주 관광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어 영세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내 여행업체들은 중국계 여행사들이 모집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돈을 주고 사온 뒤 면세점 쇼핑 등을 통해 판매금액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아 수익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여행사가 중국 여행사에 속칭 ‘인두세’라고 불리는 소개료를 주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중국계 여행사가 제주관광시장을 독점하면서 관광수익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고, 저가 여행상품 등으로 제주관광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주 관광업계가 참여하는 토종여행사를 중심으로 제주관광시장을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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