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궐기대회 과잉진압 논란 확산... “골절, 안구출혈 일으킨 참가자 많아”

1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4일 서울 도심에서 치러진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 사용을 둘러싼 적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집회ㆍ시위가 무질서로 변질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물대포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의식불명 상태인 백남기(68)씨 외에도 부상자가 속출한 만큼 경찰이 운용지침을 제대로 따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집회 당일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도왔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6일 “경찰의 물대포 집중 사격으로 중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수십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눈에 물대포를 맞고 출혈을 일으킨 40대 환자를 치료했다는 안과 의사 조수근(41)씨는 “물대포 수압이 굉장히 세서 안구 부분에 직사를 당하면 외상성 망막 손상과 신경 손상, 녹내장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실명 가능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일 현장에 있던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사 김모(40ㆍ직업환경의학과)씨는 “물대포로 경상을 입은 집회 참가자만 100여명을 진료했고, 골절 및 열상 환자 등 중상자 30여명을 응급처치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뇌출혈을 일으킨 백씨 사건에서도 쟁점마다 경찰과 시위주최 측간 공방이 치열하다. 먼저 살수 과정을 준수했는지 여부에 대해 경찰은 훈령인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라 경고방송 후 경고살수, 본격살수(분산→곡사→직사)의 절차를 따랐다는 입장이다. 당시 수압과 관련해서 경찰은 직사살수시 2,500~2,800rpm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직사살수의 경우 물살세기를 3,000rpm 이하로 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준수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수압이 기록에 남지 않는 시스템이어서 당시 사용했던 rpm 수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 의문은 경찰이 왜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15초간 추가 살수를 했느냐는 점이다. 지침에는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생기면 즉시 구호조치를 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살수요원은 물론 4기동단장도 백씨가 넘어진 상황 자체를 몰랐고, 시위대를 떨어뜨려 놓기 위한 살수 과정이 조준사격처럼 비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과 주최 측은 “현장 동영상을 보면 백씨와 다른 시위대의 거리는 1m 이상 앞뒤로 떨어져 있어 구분이 어려웠다는 경찰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쟁점은 백씨가 물대포에 맞고 넘어지는 상황과 관련한 과실 또는 고의성 여부로 모아진다. 백씨는 당시 빈 손 상태로 시위대와 떨어져 있다가 직사살수를 머리에 맞고 쓰러졌다. 직사살수는 통상 쇠파이프 등 무기를 소지한 시위대에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살수 방식이다. 물살이 센 탓에 겨냥 부위도 가슴 이하로 제한돼 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두 규정을 모두 어긴 셈이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대가 경찰버스에 묶은 밧줄을 재차 잡아당기려는 시도를 해 살수했을 뿐”이라며 고의적으로 백씨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수차 안에서 물대포를 조종하는 경찰관이 호스 끝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제한된 영상만을 볼 수 있어 거리를 가늠하거나 집회 참가자의 신체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집회 당일 경찰의 살수차 운용은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며 “(백씨를 중태에 빠뜨린) 해당 경찰관의 업무상 과실치상 여부도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주최 측은 “과실 여부를 떠나 쓰러진 사람에게 15초간 물대포를 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도 볼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법정으로 공방이 옮겨갈 공산이 크다.

한편 백씨는 이날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공급하는 영양제에 의존한 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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