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년 알리 아와드는 첫번째 폭탄이 터질 때 야채를 썰고 있었다. 아델 토르무스는 두번째 폭탄이 터질 때 카페의 스탠드 옆에 서 있다가 사망했다. 이밖에 40여명의 시민들이 지난 12일 레바논 수도 남부 베이루트의 번화가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그러나 베이루트 테러의 희생자들은 다음날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의 희생자보다 세계의 위로와 동정을 받지 못했다.
13일 파리 테러가 발생하자 세계의 기념물들은 프랑스의 삼색기로 물들었고, 세계 각국 정상들은 애도 연설을 통해 연대를 다짐했다. 세계적인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에게 클릭 한 번으로 프로필 사진을 프랑스의 트리컬러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자신의 무사함을 이웃들에게 알리는 ‘세이프티 체크’까지 파리 테러 직후 도입했다. 모두 베이루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관심들이다.
12일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번화가에서 연속해 두 건의 폭탄 테러 공격이 발생해 4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파리 테러와 마찬가지로, 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파리 테러와 같은 수법으로 폭탄 조끼를 입은 두 남성이 번화가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이 지역은 IS가 포함된 수니파와 적대하는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큰 곳이었다.
뉴욕타임스는 16일 ‘베이루트 역시 끔찍한 공격을 받았으나, 마치 잊혀진 것 같이 느껴진다’고 보도하며 베이루트 시민들의 소외된 고통을 전했다. 레바논의 의사 엘리 페어레즈는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었을 때, 세계는 그들을 애도하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은 국제적인 뉴스 주기에 비춰봤을 때, 그저 관련성이 없는 한 점일 뿐이다”라고 썼다.
NYT는 베이루트 테러가 주목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레바논 논평가들은 세계가 ‘아랍인의 삶은 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내전이 한창인 시리아의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평온했던 레바논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이 무관심 속에서 만성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바논은 정부의 부패와 경기 침체로 고통 받는 나라임에도 이웃 시리아에서 온 난민이 백만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레바논은 시아파 헤즈볼라를 대상으로 한 수니파 무장단체들의 테러는 지난 1년 반 동안 발생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외신 보도에서 베이루트가 전쟁지역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에 대해 레바논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레바논 당국은 지난 12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 용의자 9명을 체포했다고 15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들은 애초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라술 알아잠 병원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삼엄한 경비로 목표물을 바꿨으며, 연쇄 폭탄 공격 당시 5명의 자살 테러범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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