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올해 급여인상분 전액 반납 ‘상생선언’ 합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움직임
은행 연봉제 등 성과주의 확산 기폭제될지 관심
KEB하나은행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외환은행지부가 올해 급여 인상분 전액(2.4%)을 반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 상생 선언’에 전격 합의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성과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시점인 만큼 임금 인상 억제를 비롯, 경직적인 임금 구조를 깨기 위한 은행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의 시발점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KEB하나은행과 외환노조는 이 같은 내용의 ‘위기극복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상생 선언’을 채택하고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환노조는 급여 인상분을 반납하고, 경영진은 노사 상생의 조직문화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상생안의 골자다.
외환은행 출신 KEB하나은행 직원들은 지난달 22일 급여인상분(2.4%) 중 0.4%포인트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사회공헌사업 용도로 반납한 바 있다. 외환노조는 이번 선언에서 나머지 인상분 2.0%포인트도 회사에 반납하기로 결정, 올해 급여 인상분 전액을 반납하게 됐다.
양측의 이번 상생 선언은 산별노조 차원에서 교섭을 마친 임금인상분을 노조가 스스로 반납키로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외환 노조가 은행권의 대표적인 강성 노조인 데다 양측이 올해 9월 최종 합병 직전까지 충돌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EB하나은행은 이에 대해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내년 이후에도 은행권의 수익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직원들이 공감한 결과라고 평했다.
합병 2개월 만에 상생 선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성공적인 PMI(화학적 결합)의 결과물이란 평가도 나온다. 함 행장은 지난 9월1일 KEB하나은행 출범식에서 통합 후 3개월을 화학적 통합의 ‘골든타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취임 후 진정성을 갖고 직원들을 대하며 마음을 얻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추진할 금융개혁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금융권의 성과주의 확산을 지목하는 등 경직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개편 방향의 핵심은 사실상 호봉제 중심인 현행 은행원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꾸는 것. 하지만 이는 노사 합의사항인데다 은행권 노조의 반발이 거세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당국이 금융공기업을 필두로 은행원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이날 성명을 내고 “성과연봉제 도입 계획은 곧 저성과자 퇴출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금융노조와 함께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익성 하락에 시달리는 시중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한 만큼 임금체제 개편을 위한 노사 간의 합의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부실 등의 여파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함에 따라 임금 동결 등을 포함한 노사 간의 상생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작년과 올해 실적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이 고통을 분담할 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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