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테러를 계기로 벨기에가 ‘테러 온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파리 테러 행동 대원 및 핵심 브레인들이 벨기에에 거주했거나 벨기에를 거쳐 프랑스로 입국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 2명과 이들을 지원한 공범 3명 이상이 이슬람 색채가 강한 벨기에 몰렌베크 출신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6일 보도했다. 벨기에 검찰도 파리에서 사망한 테러 용의자 7명 가운데 한 명은 프랑스 국적의 몰렌베크 주민이며 또 다른 한 명은 몰렌베크 인근 주민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경찰은 또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로 추정되는 몰렌베크 주민 7명을 브뤼셀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테러 준비를 도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대 희생자가 발생한 파리 바타클랑 극장 인근에서 발견된 벨기에 차량에서는 몰렌베크 지역 주차권이 발견되기도 했다. 올 8월 파리행 고속열차 테러를 계획한 아유브 엘 카자니도 몰렌베크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브뤼셀 유대인 박물관 테러범도, 2004년 마드리드 테러범도 몰렌베크 출신이다.
수도 브뤼셀 외곽에 자리잡은 몰렌베크는 테러 전문가 사이에서“유럽 지하디스트들의 ‘테러 허브’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인구 9만4,000명 중 30% 가량이 이슬람교 신자로, 벨기에 내 이슬람 인구 최다 도시이기도 하다. 주로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1~3세대 이주민이 몰려 거주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내 이슬람 정치 수도’로 묘사할 정도다. 그런데 이 지역 실업률은 30%에 달해 벨기에 평균 8%대 보다 훨씬 높다. 지역 내에서도 본토 출신과 이민자의 실업률 격차가 크다. 이곳 이민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벨기에 동부 베르비에도 테러 조직의 중심지로 꼽힌다. 벨기에 경찰은 지난 1월 이곳에서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펼쳐 IS 하부 조직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사살된 2명은 앞서 파리에서 발생한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비슷한 형태의 테러를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 소총과 위장용 경찰제복, 폭탄 제조용 화학 물질 등도 발견됐다.
2월에도 자생적 테러 조직 ‘샤리아4벨기에’의 지도자와 추종자들이 대거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유럽 젊은이들을 IS와 연결시켜 주고 이들이 시리아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진주의정치폭력연구센터(ICSRP)에 따르면 IS등 중동 지역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조직에서 활동 중인 벨기에 출신자는 440~520명 정도로, 세계 4위 규모다. 인구 수 대비로 따지면 프랑스의 2배, 영국 보다는 무려 4배나 많다. 벨기에 경찰은 “벨기에에 거주하는 중동ㆍ북아프리카계 청년들이 지하디스트들의 유혹에 넘어가 빠른 속도로 급진 이슬람에 빠져들고 있다”며 “30년 동안 적발된 테러리스트 보다 최근 2년 동안 적발된 테러리스트들이 더 많을 정도”라고 밝혔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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