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두부업체 수익성 되레 악화
대기업, 매출 못 늘리자 단가 싼 수입콩에 주력, 경쟁 격화로 中企 수익 줄어
두부 제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대기업 신규진입 억제)으로 지정되면서 중소기업 보호라는 제도 취지와 달리 오히려 중소기업 수익성이 감소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포장두부 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성장을 유도하려는 제도로 인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수익성까지 저하되는 역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부 제조업은 2011년 12월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는데, 두부 제조업체 월평균 수익은 그 해 57억6,100만원에서 지난해 46억4,700만원으로 19.3% 감소했다. 이중 중소기업군의 월평균 수익도 7억300만원에서 5억7,600만원으로 18.1% 줄었다. 하지만 이 기간 포장두부 판매량은 2011년 2,301톤, 지난해 2,253톤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수요가 줄지 않은 상황에서 유독 수익성만 나빠진 이유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은 매출액을 늘릴 수 없게 되자,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수입콩 두부 사업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비싼 국산콩을 싼 수입콩으로 돌리면 판매량을 늘려도 매출 증가폭이 크지 않다. 이렇게 대기업이 수입콩에 몰리면서 원래 중소기업이 강점을 보이던 수입콩 분야에 치열한 경쟁이 발생했고, 이 결과 중소기업 수익성도 떨어졌다. 적합업종 지정 당시에는 “대기업만 막으면 중소기업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포장두부 시장에서 적합업종 취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대기업들이 시장 제약에 대응해 전략을 변경했기 때문”이라며 “업종에 대한 이해 없이 제한을 가하면 오히려 중소기업 수익을 감소시키고 소비자 후생까지 낮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ㆍ중소기업간 제품이 차별화하는 산업은 신규 적합업종에 포함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