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라호텔, SK네트웍스 등 대기업 3사가 경합을 벌였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4일 관세청의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 발표 결과 업계 예상을 깨고 서울 소공동과 잠실 롯데월드 두 곳에 면세점을 운영하던 롯데면세점이 잠실 롯데월드 면세점을 잃고, SK네트웍스가 23년간 운영한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면세점을 상실하며 빠진 자리를 신세계 두산 한화가 새로 채우며 대기업 5파전이 벌어지게 됐다.
이번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은 침체된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 상권을 부흥시키겠다는 카드가 승부를 갈랐다. 물건만 파는 면세점이 아니라 한류 문화와 더불어 쇼핑ㆍ문화 복합공간으로 만들어 지역 상권까지 발전시키겠다는 신세계와 두산의 상생 전략이 통한 것이다.
특히 이번 싸움의 최대 승자는 신세계다.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새로 따냈고 기존 부산 면세점까지 지켰다.
신세계는 20년 숙원 사업인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을 위해 정용진 부회장까지 적극 나섰다. 정 부회장이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 찬 면세점을 만들겠다”며 힘을 실어 준 신세계는 남대문 지역을 새롭게 관광벨트로 만들겠다는 도심 관광 활성화 카드가 주효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명동과 남대문이 하나의 커다란 관광 특구로 거듭나려면 중간 지점에 상생 면세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7개층과 메사빌딩 7개층을 면세점으로 내놓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이를 통해 도쿄의 긴자, 홍콩 침사추이, 뉴욕 맨해튼 같은 도심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유통 사업 경험이 거의 없어 최약체로 평가 받은 두산은 의외의 다크호스였다. 두산은 연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710만명으로 명동(850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동대문에서 두산타워를 16년간 운영한 ‘동대문 터줏대감’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 상권과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특히 중공업 중심에서 유통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박용만 회장이 그룹의 명운을 걸고 적극 뛰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면세점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두 곳의 면세점 사업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 롯데가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은 것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그룹 경영권 분쟁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분쟁 과정에서 드러낸 치부는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퍼뜨리고 지배구조의 난맥상을 보이며 면세점 사업권 상실로 이어졌다. 신 회장도 15일 “99% 제 책임”이라며 “협력업체를 포함해 월드타워점 3,000명의 고용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상실 이유는 사업 부진이 가장 컸다. 대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이 2,747억원으로 중견기업인 동화면세점 매출 2,919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도심에서 떨어진 지리적 여건도 불리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면세점은 명동(롯데) 남대문(신세계) 동대문(두산) 여의도(한화) 용산(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등 지역별 대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군웅할거 시대를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지역별 관광산업의 균형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몰리는 교통난 해소 및 인근 중소상권과 상생에 대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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