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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오토스토리] 열차 침대 칸에서 유래한 최고급 리무진의 이름 ‘풀먼’

입력
2015.11.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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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600 풀먼. 다임러AG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600 풀먼. 다임러AG 제공

자동차의 종류를 구분하는 용어 중에는 마차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쿠페는 지붕이 고정된 네 바퀴 마차를, 카브리올레는 두 바퀴 마차를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다. 초기 자동차가 대부분 마차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드물지만 마차가 아니라 다른 교통수단에서 넘어온 이름도 있다. 최고급 자동차 ‘풀먼’이 그 중 하나다.

풀먼은 19세기 미국의 기업가 조지 모티머 풀먼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그는 미국 철도산업과 문화가 한창 번성하던 19세기 중반 자신의 이름을 붙인 회사를 설립한 뒤 철도차량 제작과 운영으로 성공을 거뒀다. 1868년에는 장거리 철도여행에 맞춰 침대차를 설계해 특허도 냈다. 당시에는 의자가 고정된 일반 객차밖에 없었기 때문에 넓은 미국 대륙을 여러 날에 걸쳐 여행하는 일은 무척 고되고 힘들었다. 때마침 등장한 풀먼 침대차는 특별한 설계 덕에 승차감이 뛰어났고, 넉넉한 공간과 호화로운 실내로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티켓 가격이 일반 철도 객차보다 5배 이상 비쌌는데도 큰 인기를 누렸고, 풀먼은 쾌적함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이동수단의 대명사가 됐다.

자동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풀먼이란 이름은 호화로운 대형 고급차에 쓰이기 시작했다. 주로 세단의 길이를 늘려 실내 공간을 키운 고급차였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호화 승용차로 이름을 날린 ‘메르세데스-벤츠 600 풀먼’은 600 4도어 세단의 차체를 늘인 모델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차를 흔히 리무진이라고 부르는데, 엄밀하게 구분하면 풀먼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리무진은 ‘스트레치 리무진(stretch limousine)’을 줄인 말로, 4도어 세단을 출고한 뒤 외부 업체에서 차체를 길게 개조한 것이다. 반면 풀먼은 처음부터 자동차 회사에서 직접 차체를 길게 만든 것을 말한다.

풀먼이 자동차 차체를 만든 것은 1919년부터 1936년까지다. 이후 만들어진 차들 중 풀먼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풀먼의 회사와는 무관하다. 1900년대 초반에는 미국의 요크 모터 카 컴퍼니라는 회사에서 풀먼을 정식 브랜드로 쓴 차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 회사 역시 풀먼과는 전혀 관계없이 차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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