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 돌출한 개헌론을 대하는 청와대 반응이 1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이원집정부제 개헌 필요성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정신 나간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홍 의원의 발언 시점부터가 심상치 않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해외 순방에 나서기 직전에 정치권에 화두를 던진 게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친박계가 논란의 와중에도 “개헌 논의는 내년 총선으로 구성되는 20대 국회에서 해도 충분하다”고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비박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16일 상하이발 개헌론을 꺼내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온도 차가 확인된다. 김 대표는 이튿날 “(개헌 발언은) 불찰이었다”며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발언을 거둬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닷새 뒤인 21일 홍보수석이 나서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 안 한다”고 정색하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다시 한번 “대통령과 절대 싸울 생각이 없다”며 수습에 나서야 했다.
김 대표의 당시 발언은 박 대통령이 앞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개헌론 불가에 쐬기를 박은 직후여서 파장이 더 컸던 측면이 강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에는 김 대표와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 등을 놓고 당ㆍ청 주도권 다툼을 벌일 때”라며 “이번 개헌론도 결국은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친박과 비박계의 치열한 수 싸움의 연장선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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