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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집권플랜 재탕… 권력 향한 개헌론은 결국 실패”

입력
2015.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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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마다 개헌론 불었지만

계파 연장 속셈으로 비쳐져 불발

“선거제 개혁해 정당정치 정상화하고

포괄적 개헌 논의를” 학계 쓴소리

여권에선 친박계의 '천기누설' 분석도

역대 정권 중후반기마다 권력구조 개편 개헌론은 특정 계파나 권력의 재집권 전략으로 출몰을 반복해 왔다. 사진은 청와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역대 정권 중후반기마다 권력구조 개편 개헌론은 특정 계파나 권력의 재집권 전략으로 출몰을 반복해 왔다. 사진은 청와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갑자기 등장한 ‘친박발(發) 개헌론’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청와대가 선을 긋고 나서면서 당장 정치권의 판도가 흔들리진 않겠지만, 박근혜정부의 개국공신 입에서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온 ‘계파집권전략’으로 보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학계에선 개헌 논의가 동력을 얻으려면 권력구도 개편에 매몰돼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친박계’의 천기누설… ‘계파집권플랜’의 서막?

친박 핵심 의원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이원집정제 개헌론’에 청와대는 서둘러 불을 껐다. 현재권력이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 권력 핵심부에서 서둘러 나온 개헌론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올 여름부터 친박계를 중심으로 여권에선 이른바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론’이 파다했던 게 사실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렇다 할 차기 주자가 없는 친박계 입장에선 명성 높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하고 그가 아직 국내 정치 무대에서 검증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친박계 총리’를 보완재로 내세우는 구상이 공공연했다”고 전했다. 여권 핵심부에서 “차기 대선은 어느 진영이 반 총장을 어떤 역할로 영입하느냐가 관건인 ‘반기문 대선’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최근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도 눈길이 쏠려있다. 정 장관은 내각에 나갔다 복귀한 친박계 유기준(전 해양수산부 장관)ㆍ유일호(전 국토교통부 장관) 의원과는 시점을 달리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 장관을 여의도에 입성시키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모양새란 얘기다. 한 핵심 친박 의원은 “정 장관은 ‘국가대개조’라는 큰 과제에 대한 그랜드 비전을 가진 사람”이라며 “참모나 의원 출신이 아닌 인사들 중 대통령의 이상과 철학을 가장 많이 공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헌법학자 출신인 정 장관은 과거 국가적 차원의 중립적인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 헌법연구위원회를 국회에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뜻을 받아 그가 20대 총선에서 친박계의 ‘개헌 전도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역대 정권마다 ‘유행가’처럼 나온 개헌론…모두 필패

하지만 이 같은 친박계의 개헌론은 ‘계파재집권플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과 학계의 시각이다.

역대 정권마다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개헌론이 마치 유행가처럼 울려 퍼진 바 있다. 가장 가깝게는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10년 이 전 대통령이 ‘정치 선진화’를 명분으로 8ㆍ15 경축사 개헌 메시지를 던졌고 당시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이를 받아 불을 붙였다. 그러나 당시 유력한 차기 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침묵’으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친박계 역시 반발하면서 사그라졌다. 계파의 집권 연장 속셈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1월 4년 연임제를 골자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자는 ‘원포인트 개헌’ 제안을 했지만 한나라당 ‘빅2’ 였던 박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맞받아쳐 진화했다.

현재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김무성 대표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국민들의 눈에는 국가의 틀을 바꾸거나 재설계하는 차원의 개헌이 아닌 특정 계파의 집권을 유지하기 위한 개헌론으로 비칠 것”이라며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개헌 찬성론자지만 이런 방식의 접근은 문제”라고 말했다.

‘아래로부터의 개헌’이 아닌 권력 상층부에서 불을 댕긴 개헌론은 성공한 적이 없었던 전례 역시 눈 여겨 볼 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특정 시기에 권력구조 개편에 매몰된 개헌론을 제기하니 의도를 의심받고 결국엔 실패하는 것”이라며 “선거제도 개혁 등으로 정당정치를 정상화 한 뒤 포괄적인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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