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생 성적 조작 및 고위층 자녀 학교폭력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된 하나고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 하나고는 하나 금융그룹이 세운 자율형 사립고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시교육청은 교장, 교감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김 이사장에 대해서도 임원 승인 취소를 요구할 방침이다.
15일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9월 착수한 하나고 특별감사 결과 2011~2013학년도 입시에서 응시생 90명의 성적이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점수로는 합격이 안 되는 90명에게 ‘보정점수’ 명목의 가산점을 부여해 원래 합격권에 있던 90명을 떨어트리고 가산점 준 학생들을 대신 합격시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가산점 덕분에 서류 및 면접 점수 210등(합격 커트라인 120등)이 합격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로 합격자가 뒤바뀐 당시 입시에서 임의로 가산점(5점)을 부여했지만 배점 기준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하나고 교사 10여 명으로 구성된 입학전형위원회는 학생들이 받은 전형 점수와 무관한 보정점수를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 각각에서‘종합평가’ 명목으로 부여했다. 학교 측은 시교육청 감사 당시 “학교에 적응을 더 잘 할 것 같은 학생에게 가산점을 줬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배점 기준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시교육청은 전했다. 또 가산점으로 합격 된 90명 가운데 78명은 남학생으로 드러났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하나고가 성적 조작을 통해 남녀 성비를 맞추려고 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가산점 대상 가운데 고위층 자녀가 포함 돼 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위공직자 아들의 학교 폭력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결론 내렸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따르면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반드시 학교 폭력 전담 조사팀에서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상정해 심의하도록 돼 있다. 동시에 교장은 시교육청에 학교 폭력 발생 사실과 그 처리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당시 하나고는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과 화해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법에 규정된 절차를 전혀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가계약법 위반 사실도 적발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하나고는 학교 시설물 관리 업무를 하나 금융그룹 임직원이 출자해 만든 회사에 3년간 94억 원 가량 수의계약으로 몰아줬다. 이는‘5,000만원이 넘는 계약은 입찰을 거쳐야 한다’는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시교육청의 판단이다. 이 외에도 교원 공개채용 없이 기간제 교사를 면접과 근무평가를 통해 교원으로 채용한 점, 교직원 명의의 의혹 해명 광고를 김 이사장이 지시한 점 등은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시교육청은 특감 결과와 관련해 하나고 교장, 교감 파면 및 관련자 10여 명에 대한 중징계를 하나법인 측에 요구한 상태다. 사립학교법 위반, 배임 등 혐의에 대해선 13일 서부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김 이사장의 임원 승인 취소 요구 및 자사고 지정 취소 권고도 해당 부서에 내릴 방침이다. 하나고는 지난 8월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공익제보자인 전경원 교사의 폭로로 입학생 성적 조작, 고위층 자녀 학교폭력 은폐 등 각종 의혹을 받아 왔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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