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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오페라 2편 화두는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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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오페라 2편 화두는 '구원'

입력
2015.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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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파우스트'에서 발랑탱 역을 맡은 바리톤 김인휘(가운데)가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발랑탱 역을 맡은 바리톤 김인휘(가운데)가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국내에서 보기 힘든 선 굵은 오페라 두 편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샤를 구노의 ‘파우스트’(25~28일ㆍ세종문화회관)와 국립오페라단이 독일어로 초연하는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18,20,22일ㆍ예술의전당)으로 두 작품 모두 구원을 주제로 교향곡에 맞먹는 장중한 스케일의 연주를 선보인다.

“이 장면에서 합창단원들은 마그리트 처지를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보수적으로 행동하십시오.” 1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파우스트’ 4막 연습이 한창이었다. 처녀 마그리트가 악마와 ‘영혼의 거래’를 통해 젊어진 파우스트의 아이를 임신하고, 마그리트의 오빠 발랑탱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 의해 죽음을 맞는 장면이다. 연출가 존 듀 전 다름슈타트주립극장장은 합창단원 70명의 동선을 일일이 챙기는 가하면, 죽은 발랑탱이 저승사자의 가마에 실려 사라지는 장면에서 직접 무용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 곡을 붙인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1818∼1893)의 작품은 서정적인 음악과 독특한 분위기로 이 소설을 소재로 한 16개 오페라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 젊은 국내파를 대거 캐스팅, 파우스트역에 테너 이원종과 김승직, 메피스토펠레스 역에 베이스 박기현과 전태현, 마르그리트 역에는 소프라노 정주희와 장혜지가 출연한다. 조명만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독특한 무대가 볼거리다. 이를 위해 LED를 이용한 기둥과 이를 반사할 수 있는 바닥재가 무대에 설치된다. (02)399-1783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연습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연습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12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실은 ‘기울어진 배’를 상징한 비스듬한 간이무대로 꽉 찼다. 파란색 고무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한 30명의 남성합창단원은 무대를 이리저리 구르며 ‘요호헤 팔로호’를 부르며 폭풍에 출렁거리는 배를 재현했다. 이어 주인공 네덜란드인(바리톤 유카 라질라이넨)이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긴 가죽코트를 입고 등장해 아리아 ‘얼마나 자주 저를 저 바다 속으로’를 부른다. 바그너 스페셜리스트인 베이스 연광철도 고무장화를 신고 장갑을 낀 채 무대에 오른다. 노르웨이배 선장 달란트역을 맡은 그가 라질라이넨과 함께 부른 아리아 ‘폭풍과 광풍에 밀려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바그너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이어 생선통조림공장으로 바뀐 무대에서 여성합창단원 30명이 노란색 앞치마와 위생모를 쓰고 우르르 등장한다. 네덜란드인과 사랑에 빠지는 젠타 역의 소프라노 마누엘라 울 역시 이 무리에 섞여 앞치마를 두른 채 노래 부른다.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연습 장면. 30명의 합창단원이 모두 고무장화와 장갑을 착용하고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연습 장면. 30명의 합창단원이 모두 고무장화와 장갑을 착용하고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바그너(1813∼1883)의 출세작이다. 폭풍에 휘말려 죽을 위기에 처한 네덜란드인 선장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목숨을 구하지만 끝없이 바다를 방랑하는 저주를 받는다. 단, 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면 이 저주가 풀리는데, 7년에 한 번씩 육지에 오를 수 있다. 2012년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레타 ‘박쥐’를 히트시킨 영국 연출가 스티븐 로리스가 연출을 맡아 ‘바다와 육지’인 배경을 ‘17세기와 20세기’로 바꾼다. 라질라이넨의 옷이 유독 튀는 이유다. 취리히 오페라극장 음악감독 출신의 스위스 노장 랄프 바이커트가 지휘를 맡는다. 바그너 시대의 오페라 공연 방식을 그대로 따라 3막 140분 쉬는 시간 없이 공연한다. (02)580-3540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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