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 프랑스 파리를 덮친 테러로 희생된 129명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거나 가족과 친구를 잃은 안타까운 사연들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을 비롯해 식당, 카페 등 테러 발생 장소가 파리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던 탓에 주로 20~40대 피해자가 많았다.
알렉산드라 데미안은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이번 테러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친구 둘과는 영영 만날 수 없게 됐다. 데미안은 테러 당일 ‘르 칼리온’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약속에 늦어 서둘러 르 칼리온으로 가던 도중 친구 2명이 총에 맞고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격에 빠진 그는 가족들이 그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전화를 60통이나 했지만 받지 못했다. 그는 CNN에 “어머니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내 시체를 찾으러 다녔지만 나는 다음날 새벽 3시에나 그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휴대폰이 기적처럼 목숨을 살린 남성도 있었다. 실베스트르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프랑스 현지 언론을 통해 테러범의 총알을 맞고도 스마트폰 덕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테러범이 쏜 총알은 휴대폰에 먼저 맞고 복부를 스쳤으나 전화기가 충격을 흡수해 큰 부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휴대폰이 나를 구했다. 이것은 기적”이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남매가 모두 테러로부터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사례도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선수 앙투안 그리즈만(24)과 그의 누나 마우드(27)가 테러 위협에서 목숨을 구했다고 전했다. 앙투안은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 근처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있던 당시 독일 축구팀과 친선경기 중이었다. 테러 위협에 경기장이 봉쇄돼 경기가 끝나고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그는 이내 누나 마우드가 바타클랑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테러범에 인질로 잡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신이시여 제 누이와 프랑스를 보살피소서”라고 글을 남겼고, 얼마 뒤 그는 누나가 간신히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한편 이날 같은 경기에 출전했던 프랑스 축구선수 라사나 디아라(30)는 이번 테러로 친누나 같이 가까운 사촌이 희생됐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테러 당일 바타클랑 극장 무대에 선 미국 록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 멤버들은 무사했지만 밴드 매니저 중 한 명인 영국인 닉 알렉산더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또 밴드가 속한 유니버설뮤직그룹의 계열사인 머큐리 레코드의 간부 토마스 아야드(34)도 바타클랑에서 숨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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