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화와 국제통화 경쟁
우리 경제에도 영향력 커질 듯
“국제 수요 확대엔 한계” 분석도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하는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사실상 확정짓고 국제통화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위안화가 과연 미국 달러화와 대등한 기축통화 지위에 오를 수 있을지를 두고는 관측이 엇갈리지만, 한국 등 중국과 밀접한 경제권을 필두로 위안화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IMF 실무진이 위안화가 '자유로운 사용'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고 집행이사회에 위안화의 SDR 편입을 제안하기로 했다"며 "이달 30일 집행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안화가 SDR 편입 양대 요건 중 '통화발행국의 수출 규모'에 이어 '금융·외환시장 내 자유로운 사용' 부문에서도 기준을 충족했다는 판단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에는 회원국 지분 기준으로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고 지분율 1, 2위인 미국과 일본 또한 최근 편입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위안화가 SDR 통화바스켓 편입이 되면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기존 바스켓 구성통화에 이어 다섯 번째 국제통화로 공인받게 된다. SDR는 IMF가 발행하고 회원국에서 유통되는 일종의 국제통화로, IMF는 국제적으로 신용 및 유동성이 높은 기축통화로 SDR 통화바스켓을 구성해 환율을 결정하고 유사시 회원국이 보유한 SDR을 기축통화로 바꿔준다. SDR 통화바스켓 구성은 5년마다 재편되는데, 중국은 2010년 위안화 편입 실패 이후 재도전에 성공했다. 중국 무역규모 확대로 위안화가 최근 일본 엔화를 제치고 세계4위 결제통화로 올라선 데다가, 약점으로 꼽히던 금융·외환시장 유동성도 지난 8월 친시장적인 위안화 환율 고시 변경, 지난달 예금금리 상한선 철폐, 위안화 표시 국채 해외발행 등을 통해 개선 노력을 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에 따른 직접적 변화는 각국이 보유한 위안화 자산이 외환보유액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각국 외환보유고를 중심으로 위안화 수요가 수년 내 5조~10조달러 가량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김중원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안화가 SDR 통화바스켓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엔화, 파운드화보다 높은 12~16% 내외에서 결정될 전망"이라며 "주요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중 10%인 1조달러 이상이 위안화 자산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금융시장 개방도가 아직 낮은 수준이고, 글로벌 외환시장 거래량의 87%가 달러화로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위안화 수요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마이클 에브리 라보뱅크 홍콩지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거대 경제이긴 하지만 미국, 유럽, 영국, 일본에 비해 유동성과 신뢰성을 갖춘 금융시장을 갖추지 못했다"며 "위안화의 SDR 편입에도 국제 자본흐름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당장은 무역결제통화로서 위안화 위상을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정책을 통해 '위안화 경제권' 구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심종범 우송대 교수는 "무역결제통화에서 시작해 금융투자 수단, 국제 기축통화 순으로 단계를 밟으며 위안화 위상을 강화하려는 것이 중국의 목표"라며 "일차적으로 한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가,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 무역결제를 보편화하며 위안화 블록을 형성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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