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었다.
‘국민감독’ 김인식(68)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의 투수 교체가 ‘신의 한 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력이 약해 고민이던 대표팀 마운드는 김 감독의 지휘아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바뀌었다.
대표팀은 11일 도미니카공화국전부터 14일 멕시코전까지 3연승을 달리며 조별라운드 3승1패로 8강행을 조기 확정 지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마운드의 힘이다. 이번 대표팀은 엔트리 구성부터 난항을 겪었다. 류현진(28ㆍLA 다저스)과 오승환(33ㆍ한신) 등 기존 국가대표 마운드를 지켜왔던 투수들이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고, 윤성환(32)과 안지만(31), 임창용(39ㆍ이상 삼성) 등은 해외 원정 도박 스캔들에 휩싸여 낙마했다. 결국 신예들이 대거 발탁됐고, 교체 선수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최약체 마운드’라는 우려까지 샀다.
하지만 마운드가 약해 고전할 것이라는 평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표팀 불펜진은 첫 경기인 일본전을 제외하고 대만에서 3연승을 달리는 동안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압도적인 마운드에 막힌 상대팀들은 반격 기회를 잡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국민감독’의 용병술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상대의 타이밍을 끊어내고 있다.
압권은 멕시코전이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사이드암 이태양(NC)이 3이닝 2실점 만에 물러나면서 대표팀은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이태양을 내린 후 우완 임창민(NC)을 올려 급한 불을 껐다. 5회 1사 후 임창민이 안타를 맞자 곧바로 좌완 차우찬을 냈다. 차우찬은 포수 강민호의 실책으로 앞선 주자의 득점(임창민 비자책)을 허용했지만 3이닝 동안 8탈삼진 괴력투를 선보이며 허리를 단단히 지켰다.
차우찬의 계속된 호투에도 김 감독은 8회 1사 후에는 언더핸드 정대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계속해서 다른 유형의 투수들이 마운드를 이어받자 멕시코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방심은 없었다. 4-3으로 앞선 9회 2사 2루에서는 정대현을 내리고 좌완 이현승을 올려 마운드를 걸어 잠궜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은 “차우찬과 정대현, 이현승 등 투수들이 잘 던져줬다”며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김인식 감독의 빠른 판단과 과감한 선택은 마운드에 힘을 불어 넣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도 더욱 자신감을 붙여가고 있다. 14일까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평균자책점은 2.73으로 12개국 중 3위다. 타이베이그림 2김인식 감독이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조별예선 B조 4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타이베이=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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