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늘 자랑스럽죠."
아내의 눈길이 야구장에 서 있는 남편에게로 향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따뜻한 눈길에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이 멕시코와 대회 조별라운드 4차전을 치른 지난 14일 대만 티엔무 구장에서 이용규(30·한화)의 아내 유하나(29•배우)씨를 만났다. 유씨는 남편이 뛰는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26개월 난 아들 도헌군과 함께 지난 9일 대만을 찾았다. 한창 손이 많이 가는 나이의 어린 아들과 함께 해외까지 나와 야구장을 찾는 게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아들도 야구장에 오는 걸 좋아한다. 아빠와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남편은 더 멋있다. 유하나씨는 "매일 보는 모습은 아니니 더 멋있게 보이더라"며 "국가대표 유니폼이 참 잘 어울리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야구선수의 아내로 산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시즌 때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고, 남편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늘 신경을 써야 한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땐 마음고생도 함께 한다. 유씨는 "대회 첫 날(8일) 일본전이 끝나고 (남편이) 메시지를 보냈더라.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미안했을 남편의 마음을 헤아린 아내는 "많이 아쉬워 하더라. 다음 경기도 있고, 다음 시즌도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않고, 부담을 덜 가졌으면 좋겠다"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떨궜다.
특히 이번처럼 몸이 아플 때는 가족의 속도 타 들어 갈 수 밖에 없다. 이용규는 지난 1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을 앞두고 급체 증세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1회 민병헌이 몸에 맞는 볼로 교체되면서 대주자로 투입돼 경기를 뛰었다. 아픔을 참고 뛰는 모습에 아내는 더욱 마음을 졸여야 했다. 유씨는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더라. 우리 때문에 너무 신경을 써 그런가 싶어 미안했다"며 "그래도 아플 때 옆에 있어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고 말했다.
12~13일 휴식을 가진 이용규는 다행히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 14일 멕시코전에는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아들 도헌 군은 장난을 치다가도 아빠가 보이면 "이용규, 이용규"를 외치며 깜찍한 목소리로 응원에 나섰다. 아내도 아들을 살뜰히 챙기는 한편 경기를 지켜보며 남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남편이 언제 가장 자랑스럽냐는 물음에 "늘 그렇다"고 답한 유씨는 "아들도 아빠가 뭘 하는 사람인지를 알아서 그런지 더 책임감이 생기나 보더라. 좋은 아빠이고 싶고, 자랑스러운 남편이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에 부담이 되는 건 아닐까, 이번에도 그래서 탈이 낫나 싶기도 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미 남편은 아내에게 '최고'로 멋진 사람이다. 유씨는 "너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아빠로서도, 야구선수로서도 정말 잘 해주고 있어 좋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사진=유하나씨와 그의 아들.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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