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리는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또 도마에 올랐다. 시상식 참석자에게만 상을 주겠다고 밝혀 잡음을 일으켰던 영화제 사업본부가 ‘대리 수상 불가’ 방침을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상의 권위에 이미 흠집을 일으킨 뒤라 다시 냉소가 따르고 있다. 대종상은 해외부문을 신설해 두 중국 배우 순훙레이와 가오위엔위엔에게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각각 주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는데 이들의 출연작이 무엇인지도 명시하지 않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 부문 수상자도 시상식 참가가 가능한 배우를 대상으로 선정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만하다.
조근우 대종상영화제 사업본부장은 지난달 14일 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식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이 함께하는 영화제에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상 후보자를 몇 명 선정해 이 중 참석이 가능한 사람에 상을 주겠다는 논리였다. 조 사업본부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비판이 쏟아졌다. 아무리 빼어난 연기를 했다 해도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발상부터가 상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많았다. “연기상이 아닌 참가상을 주려 하냐”는 힐난도 나왔다. 하지만 영화제는 조 사업본부장의 발언이 영화제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면서도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않아 비판을 부채질했다.
13일 여러 온라인 매체를 통해 영화제 사업본부가 ‘대리 수상 불가’ 방침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영화제는 내부 회의를 이유로 공식 입장 발표를 또 미뤘다. 영화제측의 굼뜨고 미지근한 조치에 대한 비판은 이날도 쏟아졌다. “대종상을 폐지하고 대한민국영화대상을 부활시키라”는 식의 비판적 직설이 많았다. 수상을 둘러싼 잡음이 전통처럼 여겨지던 대종상이 또 한번 체면을 구긴 하루였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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