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는 국내 최초로 프로축구 구단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던 임은주(49ㆍ사진) 강원FC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는 13일 임 대표에게 “12월말까지 사퇴하는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이는 임 대표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승격과 관중 200% 증가, 서브 스폰 20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던데 따른 약속 이행을 주문한 것이다.
강원도의회 사문위는 임 대표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강원도 문화관광체육국 예산심사에서 강원FC 운영지원금(20억 원) 삭감을 검토하겠고 밝혔다. 임 대표는 구단 부채 청산을 비롯한 구단 문제를 모두 해결한 뒤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소송 등이 걸려 있어 강원도 안팎에선 사퇴 시점을 내년 3월까지로 보고 있다. 도의회의 압박과 최문순 강원지사와 임 대표의 면담 여부 등에 따라 사퇴시점이 예상보다 유동적이란 관측도 나온다.
어찌됐든 국내 최초의 여성 프로구단 수장의 새로운 도전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됐다.
임 대표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축구인이었다. 그는 1990년 대한민국 최초 여자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베이징(北京)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1998년 한국 여성 최초의 국제심판으로 이름을 날렸다.
국제심판을 시작하기 전인 1993년 한국 최초의 여자 대학팀 감독이 됐고, 지난 2007년 아시아 여성 최초의 FIFA 심판강사에 이름을 올렸다. 2006독일월드컵에선 해설자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임 대표는 지난 2013년 5월 재정 파탄과 성적 부진, 관중 감소, 내부 비리 등 곪을 대로 곪은 ‘난파선’이나 다름 없는 강원FC를 맡았다. 당시 국내 프로축구 사상 최초의 여성 CEO로 관심을 받았다. 그는 취임 당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책임감이 무겁다”며 “각계각층과 소통하면서 앞으로 구단을 이끌어나가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스폰서 유치 실패와 구단 성적 등이 발목을 잡았고 ‘최초’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렸던 그의 새 도전은 만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멈췄다. 지역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대기업의 든든한 후원을 받아도 성적을 올리기 쉽지 않은 게 프로스포츠인데, 대표 입장에서 아직 시스템이 정착하지 않은 팀을 맡아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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