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다수당 될 듯… 다음주 군부 1인자 등과 4자회동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해 단독으로 대통령과 총리를 선출할 수 있게 됐다. 53년간 이어져 오던 군부통치가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NLD가 하원에서 30석, 상원에서 21석을 추가로 얻어 상ㆍ하원 통틀어 총 378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NLD는 상하원 의석의 과반인 329석에서 49석 이상 확보해 내년 초 열리는 대선에서 단독으로 대통령을 배출하고 집권할 수 있게 됐다. NLD는 개표가 94.5% 진행된 상황에서 상원 224석 중 131석과 하원 440석 중 247석을 확보했기에 추가 개표가 이뤄지면 이미 과반 이상 의석을 확정한 하원뿐 아니라 상원에서도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 헌법에 따라 내년 3월로 예정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상원과 하원, 군부 의원단이 각각 1명씩 대통령 후보를 추천한 뒤 후보 중 최고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고 나머지 2명이 부통령이 된다.
NLD의 이번 승리로 미얀마는 지난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민주 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1990년 총선에서는 압승했으나 군부의 선거 결과 불복으로 정권을 잡지 못한 수치 여사에게는 25년 만에 승리다.
관영 일간 더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는 이날 “개혁파를 환영한다”(Welcoming the New Guard)라는 제목을 달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군부의 지원을 받아 집권한 테인 세인 대통령은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했으며, 미얀마 군부 최고 실세인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도 NLD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군부의 영향력을 완전히 몰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헌법을 통해 선거와 관계없이 전체 의석에서 25%를 보장받고 내무부와 국경보안장관, 국방장관의 지명권은 대통령이 아닌 군 최고사령관이 갖고 있다. 여기에 2008년 헌법 개정으로 외국인과 결혼하거나 외국인 자녀를 둔 사람의 대통령 출마 자격을 막아 수치의 대선 출마 자격은 봉쇄됐다.
수치는 다음주 중 테인 대통령과 민 최고사령관, 슈웨 만 국회의장과 4자 회동을 갖고 평화로운 정권 이양 방안과 개헌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치는 새 정부에서 ‘대통령 위의 존재가 될 것’이라며 막후에서 미얀마를 통치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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