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투자국 中, 수치 여사에 공들여
美, 민주화 행보 힘 더 실어줄 듯
日은 경협, 印은 안보협력 집중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단독정권 수립이 확정되면서 50년이 넘는 군부통치가 종식되고 미얀마의 개혁 개방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아시아 주변국들은 ‘동남아시아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 평가 받는 미얀마와의 정치ㆍ경제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미 물밑작업을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가장 앞서가는 나라로 미국, 중국, 인도, 일본을 지목했다.
미얀마는 옛 사회주의 국가들 가운데 경제개방이 가장 더디지만, 최근 수년간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 온 거의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경제개방이 시작된 2011년 미얀마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9%를 달성한 데 이어 2012년 7.3%, 2013년 8.5%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에도 8.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10위 수준이며 철광석, 석탄, 구리 등 광물 자원도 풍부하다.
더욱이 미얀마는 남중국해를 비롯해 동남아 곳곳에서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에도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과 인도의 중간에 위치한 미얀마를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 이곳을 스리랑카와 몰디브, 파키스탄, 탄자니아 등의 항구들과 목걸이 형태로 연결하는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을 구상 중이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 스리랑카, 미얀마, 하와이, 호주를 이어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일본의 ‘다이아몬드’ 구상에 긍정적이다.
이 때문에 각국은 미얀마를 두고 일찌감치 사전 작업을 벌여왔다. 중국은 일찍이 서방과 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미얀마 군부와 우호 관계를 구축하며 수력발전이나 구리 광산, 석유 수송관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친서방 인사로 알려진 수치 여사의 집권으로 긴장하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인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미얀마는 최대 투자자인 중국과의 관계를 깨고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선 안 된다”며 “이는 중국으로부터 얻을 전략적 자원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내용의 사설을 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수치 여사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오히려 중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수치 여사가 지난 6월 중국을 방문 했을 때에도 중국은 사실상 국가원수 수준의 의전을 제공했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면담도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미국 대통령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쏟아 왔으며, 향후 민주화 행보에 더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12일 수치 여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NLD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새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를 겨냥해 만들어 놓은 미국의 각종 제재가 민주화 이후 양국 관계 개선의 속도를 높이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WSJ는 “미얀마를 향한 미국 정부의 각종 노력에도 이전 군부 정권에 협력한 기업들이 여전히 제재대상이라는 점은 미얀마 내 미국 역할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총선 이후 정국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서둘러 관련 제재를 해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도 미얀마와 경제협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최근 몇 년간 미얀마의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된 양곤 남부 실라와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는 미쓰비시상사나 스미모토상사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의 개발 사업 지분율은 49%에 달한다.
인도 역시 중국이 경쟁국인 파키스탄, 스리랑카와 관계 개선에 나서며 인도양에서 해군력을 증강시키는 것에 맞서기 위해 미얀마와 관계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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