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하면 황정음(31)은 예뻤다. 뽀글거리는 머리에 주근깨 홍조 띤 얼굴로 못생긴 분장을 마다하지 않더니 4%대의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한 MBC 수목극 ‘그녀는 예뻤다’(11일 종영)를 18%까지 끌어 올렸다. 어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는 의외의 말을 했다. 12일 서울 중구 호텔신라에서 만난 황정음은 “코믹하고 가벼운 연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 ‘그녀는 예뻤다’를 고사할 뻔했다는 것이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 이후 가벼운 연기는 하지 않으려고 지금껏 달려왔습니다. 제가 못하는 것을 잘하고 싶었으니까요. 욕심을 내서 코믹연기가 없는 KBS ‘비밀’과 SBS ‘끝없는 사랑’을 이어서 출연했던 겁니다.”
아이돌그룹 슈가로 활동하다 2009년 ‘하이킥’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로봇연기”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호박이라도 잘라야 했다. SBS ‘자이언트’(2010), MBC ‘내 마음이 들리니’(2011)와 ‘골든 타임’(2012), KBS ‘비밀’(2013), SBS ‘끝없는 사랑’(2014), MBC ‘킬미힐미’(2015)에 이어 ‘그녀는 예뻤다’까지 한 해도 쉬지 않았다. 조연으로 출연한 ‘자이언트’로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맛보며 이름을 알렸고, 격정 멜로 ‘비밀’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그야말로 황정음 시대가 열린 것이다.
“‘비밀’을 통해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는 황정음은 코믹 연기가 섞인 ‘그녀는 예뻤다’가 반가울 리 없었다. “이상하게 코믹 연기를 하면 만족감을 얻기 힘들었어요. 저에게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소속사 대표의 간절한(?) 바람으로 출연을 결심했고 결국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을 한 번 더 입증해 보였다. 그는 “1~3회를 촬영하면서 잘 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기에 시청률은 진작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황정음은 초반부터 시청자를 웃겼다. 스스로도 못생긴 분장을 하고 네모난 하얀 껌을 자신의 치아로 착각해 횡설수설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황정음은 “하기 싫었던 코믹 연기를 어느 순간 즐기면서 하게 되더라”며 “극중 최시원 박서준과는 딱 말하면 척 알아 듣는 연기 호흡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연말 MBC ‘연기대상’의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황정음. 대중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만도 하다. “제가 가장 예쁜 건 지금인 것 같아요.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연기를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예요. 참, 대상이요? 전 아직 이른 것 같아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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