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둥이'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창업자 故 서성환 회장이 어머니가 만들던 동백기름을 기반으로 설립한 아모레는 이제 세계 최고의 화장품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사업을 물려받은 서경배 회장도 국내외에서 손 꼽히는 거부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그늘도 있다.
최근 아모레의 제품 2종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가 발견됐다. 이에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 및 폐기를 지시했다.
또 아모레에선 허위 광고와 특약점의 방문판매원 빼내기, 오너 일가의 500만원 떼먹기 등 70년의 역사를 가진 대기업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일들을 많이 발생했다.
■인체에 유해한 화장품 생산한 아모레
아모레는 지난해 축구장 30배의 뷰티사업장 준공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절대 품질'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료 선별 단계부터 제품 개발, 출시 후 모니터링까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해 제품에 유독물질을 완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모레가 올해 5월에 생산한 화장품에는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잔뜩 들어있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주기 위한 가소제로 의료용품, 장난감, 각종 식품 포장재, 화장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로 보고돼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성분이다.
식약처는 아모레가 출시한 헤라의 '리치 아이즈 롱래쉬 워터푸르프 마스카라(래쉬블랙) (이하 리치 아이즈)'에서 프탈레이트가 기준치의 3배 이상 함유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즉시 전량 자진회수 및 6개월간 판매 중지 명령을 내렸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라네즈의 '제트 컬링 마스카라(이하 제트컬링)'도 같은 조치를 받았다.
아모레 관계자는 "해당 물질은 공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목표로 했던 회수물량은 모두 수거했으며 해당상품에 대한 교환 및 환불 절차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모레가 제품 회수에 충실히 나섰다"며 "곧 회수 확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케 한 과장광고도 적발
세계적인 뷰티기업으로서 아모레퍼시픽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들어 아모레는 세계로 도약하는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구설에 끊임없이 올랐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모레의 한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며 재조명됐던 아모레의' 방문판매원 빼돌리기'는 업계의 대표적인 '갑질' 중 하나였다.
아모레는 방문 판매원들을 주요 유통망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중심은 특약점으로, 고가의 상품을 취급하며 주부사원들을 모집, 교육한다.
그런데 아모레의 방문판매 사업부장이었던 해당 임원은 임의로 방문판매원 3,482명을 재배치했다. 심지어는 이를 듣지 않는 점주를 교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서 회장의 누나가 자기 소유의 세입자로부터 500만원의 전기요금을 과다 징수해 고소당하는 일도 있었다.
고소인인 세입자 이모씨에 따르면 서 회장의 누나는 이 씨에 전기요금 과다 청구에 대한 확인을 요청받았다. 이후 서 회장의 누나는 이씨에게 '13개월 뒤에 5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서 회장의 누나는 왜 과다 청구가 됐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해당 금액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모레는 자사 제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할만한 내용을 담은 광고를 온라인에 게시해 해당 품목에 대한 광고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베리떼 너리싱 스킨 퍼펙터'와 '라네즈 워터슬리핑 마스크'로 제품 설명에 '트러블 케어, 항염·항균 기능, 피부재생 능력 강화, 피부 붉어짐 개선'등의 의학적 표현을 사용했다.
최근 진행했던 채용 과정에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질문으로 사상검증을 시도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 서 회장, 할머니 마음 잊지 말아야
서 회장은 기업 정신을 말할 때 항상 할머니를 언급한다. 기업의 정통성과 제품 생산에 정성을 기울인다는 의미다.
할머니의 마음은 최고로 좋은 원료만을 골라 정성스럽게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세계 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는 아모레와 서 회장, 이제는 더 나은 의식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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