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수룩한 수염에 주황색 비니. 가수 겸 배우 최시원(28)은 12일 서울 청담동 한 식당에서 연 MBC ‘그녀는 예뻤다’종영 간담회에 극중 김신혁과 똑같은 차림을 하고 나왔다. 그는 질문을 받으면 질문한 기자 앞으로 마이크를 잡고 다가가 일일이 눈을 맞추며 얘기했다. “제 이미지가 비호감이잖아요. 잘 압니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천역덕스럽게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드라마 속 캐릭터와 꼭 닮았다.
최시원은 드라마에서 철저히 망가져 빛을 봤다. 반듯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며 짓궂은 장난을 서슴지 않는 잡지사 기자 역을 맡아 반전의 재미를 준 덕분이다. 15년 째 최시원과 알고 지내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도 “저런 면이 있었나?”라고 놀랐을 정도다. 최시원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속 잭 스패로우처럼 위트 넘치는 대사와 개성 있는 캐릭터에 끌렸다”며 “내 기존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어 선택했는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작품인 것 같아 기쁘다”고 의미를 뒀다. 한국 남자 배우론 드물게 짙은 수염으로 재미를 준 최시원은 “가수와 달리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강렬한 인상을 주려고 수염을 엄청나게 밀어 얻은 변화”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MBC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에 출연해 주목 받은 최시원은 슈퍼주니어 데뷔 10주년을 맞아 올해 특별한 한 해를 보냈다. 최시원은 “지난 10년간 슈퍼주니어로 정말 즐겁게 활동했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사랑 받은 그룹인 만큼 앞으로도 그렇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은 내 끼가 아닌 포천쿠키를 보여준 것 같다”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포천쿠키는 최시원이 사이클 복장을 입고 촬영을 하며, 중요 부위가 포천쿠키와 흡사해 화제가 된 에피소드(▶ 관련 검색)다.
19일 입대를 앞둔 최시원은 “1분 1초가 황금 같다는 얘기가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며 “20대가 내 인생의 1막이었다면, 군대에 간 2년 동안 2막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고 더 성숙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인사도 전했다. 제대 후 최시원의 목표는 할리우드 진출이다. 웹툰 ‘인터뷰’의 판권을 구입해 미국 작가 및 감독과 영화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는 최시원은 “미국에서 들어오는 작품 제안은 대부분 악한이거나 뚱뚱한, 왜곡된 동양인 캐릭터여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동양인도 세상을 구하는 영웅 등 틀을 깰 수 있는 역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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