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왼쪽)-이대호.
한국 타자들의 메이저리그 공습이 시작되고 있다. 미네소타와 연봉 협상만 남겨 놓은 박병호(29ㆍ넥센))가 내년 꿈의 무대를 밟으면 야수 출신 '코리언 빅리거'는 추신수(33ㆍ텍사스)와 강정호(28ㆍ피츠버그)에 이어 3명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빅리그 도전을 선언한 이대호(33ㆍ소프트뱅크)와 조만간 포스팅 신청 예정인 손아섭(26ㆍ롯데)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김현수(27ㆍ두산)도 미국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우에 따라 최대 6명의 한국인 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뛸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무늬만 메이저리거'도 아니다. 박병호 영입을 위해 미네소타가 넥센에 지불할 포스팅 금액 1,285만 달러(약 146억원)는 아시아 야수로는 2000년 스즈키 이치로(일본)를 데려가며 시애틀이 내놓은 1,312만5,000달러에 이어 두 번째 고액이다. 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스몰 마켓'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박병호에게 거는 그들의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추신수는 2013년 겨울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원)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7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42)가 94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으며 미국 땅을 개척할 때만 해도 한국 야구는 그들 눈에 불모지와 다름 없었다. 박찬호의 활약 이후 서재응(38)과 김병현(36ㆍ이상 KIA)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고, 김선우(38)와 봉중근(35ㆍLG)도 있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타자인 최희섭(36)도 다저스 시절 반짝 활약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투수였다. 그런 점에서 타자들을 앞세워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는 '코리언 빅리거'의 위상은 과거와 의미 차이가 적지 않다.
투수의 경우 박찬호처럼 강속구를 지닌 특출한 동양인은 더러 나왔다. 하지만 그런 강속구가 '보통'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쳐야 하는 타자들은 아시아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일단 체격 조건이 중요한 타자의 경우 작은 동양인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2001년 이치로가 빅 리그 데뷔 시즌에 대성공을 거두자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앞다퉈 일본인 타자 영입에 열을 올렸다.
올해 한국을 향한 그들의 시선도 그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우선 국내 프로야구 내에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투수보다 야수들의 발전 속도가 빨랐다. 그들이 보는 한국 타자들의 위상자체가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여기에 반신반의했던 강정호의 성공은 결정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눈을 한국으로 돌리게 했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1호 야수로 126경기에서 타율 2할8푼7리에 15홈런, 58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미국의 CBS스포츠도 박병호의 포스팅 수용 사실을 전하면서 "박병호와 함께 넥센에 몸담았던 강정호는 지금까지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한 한국의 유일한 야수"라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한국스포츠경제 해설위원은 "지금 한국 야구에 대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평가는 '타고투저'다. 지난해 포스팅에 나섰던 김광현(SK)이나 양현종(KIA)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면 강정호의 성공으로 타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임민환기자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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