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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화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김승연 회장 배상 책임은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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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화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김승연 회장 배상 책임은 불인정

입력
2015.11.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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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한화그룹 제공
김승연 회장. 한화그룹 제공

한화 이사회가 오너인 김승연(63) 회장의 장남에게 당사자도 모르게 계열사 주식을 저가 매각해 편법 경영권 승계를 도운 의혹에 대해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 이사회가 오너의 지시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은 “아들에게 이익을 줬으나, 김 회장이 이익을 얻은 것은 아니다”는 등의 이유로 김 회장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김기정)는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계열사 주식을 장남에게 저가로 넘겨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며 김 회장과 전ㆍ현 임원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1심은 김 회장의 책임을 인정, “김 회장은 한화에 89억6,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었다.

한화 이사회는 2005년 6월 한화가 보유한 ㈜한화S&C 지분 40만주를 김 회장의 장남 동관씨에게 20억4,000만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화S&C 전체 주식의 66.67%에 달하는 지분이었다. 동관씨는 자신이 주식을 넘겨받은 사실도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알짜 정보통신(IT)기업 한화S&C의 최대주주가 됐다.

항소심은 “주식 매매를 동관씨가 모르고 있었기에 김 회장이 주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동관씨가 한화그룹 경영권을 승계시켜주는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김 회장 자신의 이익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이사들이 모두 주식매매에 찬성했고 김 회장이 이사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했거나 이사들을 기망해 이런 매각 결의를 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식 매각 가격에 대해서도 “당시 회계법인에서 주식 가치를 다소 잘못 평가했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주식 적정가액은 모두 사후적 판단이고,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법원이 시대를 역행하는 판결을 내리며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건전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1심은 “김 회장이 한화S&C 주식을 장남에게 저가에 매각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사건 당시 한화S&C 주식 1주당 가치가 적어도 2만7,517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매각 가격인 5,100원과의 차액인 89억원을 김 회장이 물어내도록 했다.

김 회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 받은 데 대해서도, 1심은 “배임죄 성립요건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은 다르다”며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손해배상 책임도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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