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먼저 한국에 가서 돈을 벌고 있을 테니 너는 뒤따라서 들어오렴. 우리 한국에 가서 돈 많이 벌자.”
재중동포 A(30)씨는 어머니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2011년 한국 땅을 밟았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중국 푸젠(福建)성 남동부의 작은 항구 도시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던 A씨에게 한국은 인생 역전을 펼칠 무대였다.
어머니는 A씨가 한국에 들어오기 몇 해 전 홀로 입국해 아들과 함께 살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식당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악착같이 모았고, 숙식은 식당에서 해결하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그렇게 차곡차곡 저축한 돈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자녀를 초청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자 중국에 남겨둔 아들을 초청했다. 어머니와 재회한 A씨는 재중동포들이 많이 사는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 정착해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입국한 지 1년 만인 2012년 A씨도 영주권을 얻어 모자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삶을 꿈꿨다.
하지만 어머니와 재회했다는 기쁨도 잠시. A씨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그에게 일거리를 내주는 직장은 없었다. 아들의 취직이 말처럼 쉽지 않자 어머니의 노동시간은 늘어만 갔고 그럴수록 모자의 대화 횟수는 급속히 줄어 들었다. 낯선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두 사람은 점점 소원해졌다.
A씨의 유일한 낙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었다. A씨가 사는 동네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재중동포 친구들이 많았다. 대림동과 안산을 오가며 친구들과 노느라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늘었다. 재중동포에 대한 편견과 배타심이 피부로 느껴질수록 자존감은 점점 무뎌져 갔고, 나쁜 유혹에 마음이 흔들렸다. 바로 마약이었다.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A씨는 결국 2013년 마약 복용 혐의로 1년 실형을 살았다. 하지만 출소 후 더 높아진 취업 장벽에 A씨는 다시 마약을 찾았다. 그는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또다시 마약을 투약했고, 마약 대금을 마련하느라 분실 휴대폰을 장물로 팔아 넘기는 등 다른 범죄에도 손을 댔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경기 안산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앞차를 들이 받은 뒤 그대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A씨를 마약과 장물 취급 혐의 등으로 11일 구속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구속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사고 치지 말라고 했는데….” 면회를 위해 경찰서 유치장을 찾은 어머니는 나지막이 한숨만 내뱉었다. 재범을 저지른 A씨는 한국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외국인 체류자에 관한 법령인 출입국관리법 제46조는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 받는 외국인에게 정부가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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