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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타자 이대호, 대표팀의 타선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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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타자 이대호, 대표팀의 타선을 깨웠다

입력
2015.11.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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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국가대표 4번타자의 가치를 보여주는 한 방이었다. 프리미어 12 야구 대표팀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역전 투런포로 대회 첫 승을 따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1일 대만 타오위앤 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와의 조별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10-1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패하며 아쉬운 출발을 했던 대표팀은 두 번째 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악조건 속에서 진행이 됐다. 당초 오후 6시(현지시간)로 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날 타오위안 구장에서 낮 12시에 열렸던 미국-베네수엘라전이 우천으로 2시간 가량 중단되면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는 오후 6시55분에서야 열리게 됐다. 타오위안 구장을 이날 처음 밟은 대표팀은 그라운드에서 타격 훈련도 하지 못한 채 간단히 몸만 풀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경기 시간이 계속 지연되면서 컨디션 조절도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가 시작된 후 한국 대표팀은 도미니카 선발 루이스 페레즈에 막혀 5회 2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하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시속 150km대의 빠른 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힘없이 돌았다. 대표팀은 6회 페레즈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단 1안타를 만들어내는데 그쳤을 만큼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승부의 추는 이대호의 한 방으로 기울었다. 이대호는 0-1로 뒤진 7회 1사 2루에서 바뀐 투수 미겔 페르민의 2구째 시속 146km짜리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그대로 좌측 펜스를 넘어가 한국은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지난달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오른 손바닥에 공을 맞아 부상을 입은 이대호는 100%의 몸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태극마크'를 위해 통증을 참고 뛰고 있다. 쉬고 싶을 법도 하지만 그는 "처음에는 정말 너무 아팠는데 이제 손바닥에 힘이 들어가니 괜찮다"며 국가대표다운 책임감을 보이고 있다. 주장 정근우(33·한화)와 함께 대표팀의 최고참인 그는 '무게'를 잡는 대신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농담과 조언을 건네며 선수단의 분위기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한 방까지 때려내면서 만점 짜리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대호의 한 방으로 흐름을 탄 한국 대표팀은 도미니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국대표팀은 8회 1사 1·2루에서 정근우가 훌리오 데폴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달아났고, 계속된 1사 만루에서 김현수가 주자를 모두 불러 들이는 3타점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승기를 굳혔다.

마운드에선 선발 장원준(30·두산)이 빛났다. 장원준은 0-0으로 맞선 5회 선두타자 월킨 라미레스와 후속 페드로 펠리스에게 이날 유일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 했지만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장원준은 이날 7이닝 동안 4피안타 7탈삼진 1볼넷 1실점(1자책)으로 마운드를 책임졌다. 선발 투수가 약해 고민이던 대표팀의 걱정을 털어내는 호투였다.

사기를 한껏 끌어 올린 대표팀은 12일 베네수엘라와 조별 예선 세 번째 경기를 갖는다.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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