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 주경기장에 애초 설계와 달리 더위에 약한 저가 품종의 잔디가 다량 식재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로축구 수원삼성구단 서정원 감독 등 축구인들이 쉽게 망가지는 잔디를 공개 비판할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재단법인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재단)은 최근 논란이 된 주경기장 잔디 수종을 조사한 결과 페레니얼라이그래스 품종 60%에 켄터키블루그래스가 40% 가량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2002년 10월 주경기장에 천연잔디를 시공하면서 설계했던 켄터키블루그래스(85%)와 페레니얼라이그래스(15%)의 비율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페레니얼라이그래스 품종은 더위에 약해 회복력이 빠른 켄터키블루그래스에 비해 가격이 절반에도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단은 시공 이후 10여 년간 단 한차례도 잔디를 교체하지 않고 매년 1억여원을 들여 보수해왔지만, 그 동안 잔디 품종의 비율이 뒤바뀐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재단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국내 대학 잔디 전문가 2~3명에게 자문, 페레니얼라이그래스가 자연스레 우점화(식물 군락 내에서 어떤 종이 영역을 넓혀 수가 많아지거나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지는 현상) 했을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
하지만 경찰은 저가 품종으로 보수하고도 고가 품종을 사들인 것처럼 조작하거나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면서 공금 빼돌리기 등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올 하반기 대형 행사가 겹치고 잔디에 질병까지 발생해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횡령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은 없었다”면서 “경찰의 협조요청에 떳떳하게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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