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수회 주관으로 실시 중인 총장 재추천 여부를 묻는 고수 총투표가 투표를 실시하되 개표 및 결과는 공표해선 안 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총장 재추전을 위한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법원 제20민사부(재판장 김형태 부장판사)는 11일 지난해 경북대 총장추천위원회에서 1순위 총장후보로 추천된 김사열(59) 경북대 교수 등 19명이 제기한 ‘교수 총투표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교수회는 투표용지의 개표, 집계, 투표결과를 게시하거나 이메일 등을 통해 발송하는 등 공표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번 투표는 당면한 위기와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합리적 해결책 모색을 위한 자발적 의견수렴이고 법적 구속력도 없지만 신청인들이 교수평의회 의결정족수를 따져볼 수 있고, 일부 단과대학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투표를 거부하고 있는 점, 총학생회 반발 등으로 미뤄 결과를 공개하면 자칫 겉잡기 어려운 학내갈등과 분열로 비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교수회 측은 “이번 총투표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법원 결정도 보다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12일까지 투표를 마친 뒤 투표함을 봉인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수 총투표를 둘러싼 학내 갈등은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데 대한 일부 교수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총장 재추천 논의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대학 자율성 사수”라는 대의명분과 “이대론 경북대가 결단 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경북대는 격랑 속으로 휩쓸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경북대는 지난해 6월 김사열 교수를 1순위 후보로 선정했으나 투표 절차 논란으로 다시 총장추천절차를 밟아 김 교수를 같은 1순위로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해 12월15일 아무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재추천을 요구, 김 교수가 지난 1월 서울 행정법원에 총장 임용 추천거부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교육부는 이에 즉각 항소, 내달 중으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현 정권 아래서는 김사열 교수가 총장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심에서 패소하자 “추천 거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로 교육부가 패소한 것으로 안다”며 대법원에서 김 교수가 승소하더라도 추천거부 이유를 밝히고 재추천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한 상태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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