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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트→콜 이어준 독일 통일의 징검다리, 슈미트 전 독일총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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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트→콜 이어준 독일 통일의 징검다리, 슈미트 전 독일총리 별세

입력
2015.11.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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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영정사진이 10일 베를린 사회민주당(SPD) 당사에 놓여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영정사진이 10일 베를린 사회민주당(SPD) 당사에 놓여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전후 독일에서 가장 존경 받는 정치인이자 최고의 현자(賢者)로 꼽히는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가 10일 타계했다. 96세.

슈미트 전 총리의 주치의 하이너 그레튼 박사는 그가 최근 며칠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다 이날 함부르크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사인은 지난 9월 초에 받은 다리 혈전 제거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알려졌다.

슈미트 전 총리는 냉전이 한창이던 1974년부터 1982년까지 서독을 이끌었던 중도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SPD) 출신이다. 1918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슈미트 전 총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 포병장교로 참전, 영국군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된 후 1953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며 중앙정계에 입문했다. 1968년에는 SPD 부대표를 역임했으며 이후 브란트 정부에서 국방장관, 재무장관 등을 지냈다.

슈미트 전 총리는 총리직을 역임하는 동안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펼쳐 국민의 신망을 얻었다. 지난 2005년 독일 저명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최고의 인물’ 조사에서 96%의 지지를 받았을 정도다.

1970년 5월 독일 자브뤼켄의 사회민주당(SPD) 당대회에서 당시 총리 빌리 브란트(오른쪽 2번째)와 국방장관 헬무트 슈미트(맨 오른쪽)의 모습. AFP 연합뉴스
1970년 5월 독일 자브뤼켄의 사회민주당(SPD) 당대회에서 당시 총리 빌리 브란트(오른쪽 2번째)와 국방장관 헬무트 슈미트(맨 오른쪽)의 모습. AFP 연합뉴스

특히 슈미트 전 총리는 전임자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아 독일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고 후임 헬무트 콜 총리에게 통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1970년대 들어서는 중동발 석유파동을 유연하게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적군파(FAF) 주도 테러에 강경하게 맞서 서독의 안정을 지켜내기도 했다. 적군파의 테러가 격화하던 1977년 발생한 루프트한자 여객기 납치 사건 때는 소말리아 모가디슈 공항에 착륙해 있던 여객기 안으로 특수부대를 투입시켜 승객을 구해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총리 말기에는 사회복지 재정 삭감과 관련한 갈등으로 인해 연정이 깨지면서 1982년 콜 총리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그는 정계에서 물러난 후독일 주간지 디차이트 공동발행인을 역임하며 강연,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한편 슈미트 전 총리의 타계 소식에 독일을 비롯한 세계 각국 인사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추모 연설에서 “고인은 하나의 정치기구 그 자체였다”며 “독일은 슈미트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져왔고, 그의 조언과 판단력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위대한 유럽인이 숨졌다”며 안타까워했다. 미국 백악관 역시 성명을 통해 “그는 자유와 인권에 대한 침해와 폭력에 대해 확고하게 맞서 싸워 널리 칭송을 받은 인물”이라고 애도했다.

슈미트 전 총리가 몸담았던 디차이트는 헌사를 통해 “그는 안목 있고 결단력 있는 인물이었으며 그의 정신은 아직까지도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며 “그에게 정치는 단순히 생존의 문제가 아닌, 구체적 이상 실현을 위한 발걸음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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