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동성애자 잡지의 표지모델로 나섰다.
LGBT(성적 소수자) 매거진인 ‘아웃’(www.out.com)은 ‘우리 대통령-협력자, 영웅, 우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 흑백 사진을 최신호의 커버에 실으면서 “44대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올해의 협력자’”라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잡지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도취의 물결 속에 대통령이 됐으나 중간에 동력을 잃었다가 회복했으며, 우리가 평등한 결혼을 성취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며 “동성 결혼의 허용은 미국에서 우리의 지위를 크게 바꾼 역사적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또 “현직 대통령이 LGBT 잡지의 표지 사진을 찍은 것은 최초로 그 자체로 역사적 순간”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클린턴과 부시 정부의 명성을 더럽힌 민감한 이슈를 얼마나 많이 진전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덧붙였다.
잡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레이스 당시 동성결혼을 지지했던 사실을 들며 이 판단이 6월26일 동성결혼의 전국적 허용이라는 연방대법원의 역사적 결정을 결국 낳았다고 치켜세웠다.
이 잡지는 “많은 일들이 이런 결정을 끌어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이 싸움에 동참하기로 결정하자 사람들이 ‘변혁적 순간’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조성됐으며 균형이 깨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잡지는 “LGBT 미국인의 권리 보호를 자신의 중요한 정권 업적의 일부로 만든 미국 44대 대통령의 적극적 개입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 그가 진정 위대한 미국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으로서 자유를 지지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 자신만의 자유가 아니라 모든 이의 자유”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의 개별적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미국 역사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두 딸인) 마리아와 샤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친구들에게, 어떤 형태의 차별도 말이 안 된다”며 “동성애자인 친구나 동성애 부부인 친구의 부모가 다르게 대우받는 것이 그 아이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이 전국적으로 허용된 연방대법원의 6월 결정에 대해서도 “이미 미국인의 가슴과 마음에 엄청난 변화가 진행돼왔다”며 “대법원의 결정은 그것을 반영한 것이자,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원칙에 근거한 미국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LGBT 이슈를 말할 때 언론과 집회, 결사의 자유 등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어떤 이가 LGBT라는 이유로 이러한 가치들이 없어지거나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동성애가 자신들의 문화에 속하지 않는다며 이질적 가치로 색칠하려 하는 이들이 있지만, 진실은 LGBT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며 인권 보호는 보편가치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미국은 보편적 인권을 위해한 목소리를 계속 높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2기 행정부는 레스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채택했다”며 “이들 정책에는 연방정부와의 계약자들이 성정체성 등을 근거로 직원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등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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