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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 즐기는 82세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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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 즐기는 82세 할아버지

입력
2015.1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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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호 옹이 패러글라이더를 탄 채 무선통신기로 활공 동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단양군 제공.
지재호 옹이 패러글라이더를 탄 채 무선통신기로 활공 동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단양군 제공.

단양 지재호옹 패러글라이딩 취미

개인택시 몰며 노인과 학생 위한 봉사도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어. 그래서 도전했는데, 이젠 안 하곤 못 배겨”

충북 단양에 사는 지재호(82)할아버지는 주말이면 단양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양방산(해발 664m)에 오른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 위해서다. 팔순이 넘었지만 할아버지는 지금도 25kg이나 되는 장비 가방을 직접 메고 산 위 활공장을 찾는다.

할아버지가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한 것은 단양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생긴 65세 즈음이다. 6남매를 번듯하게 키운 그는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부인(79)도 “하고 싶은 취미를 찾으라”고 용기를 줬다.

처음엔 멋모르고 달려들었다가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다. 착륙을 하다가 나무에 떨어져 몇 시간 동안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했고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다. 강풍에 키를 놓쳐 허공에서 휘청이는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패러글라이딩이 노인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안전한 운동이라고 했다.

“패러글라이딩은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운동이라 나이든 사람들이 하기에 힘들지도 위험하지도 않지. 여든이 넘은 내가 20년 가까이 무탈하게 타 온 걸 보면 안전하다는 증거 아닌가”

각종 대회에 참가해 입상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난 할아버지는 단독 비행을 즐긴다. 비행에 필수인 무선사자격증까지 땄다.

지역에서 할아버지는 최고령 택시드라이버로도 유명하다. 1988년부터 택시 운전을 시작해 지금은 개인 택시를 몰고 있다. 요즘엔 돈을 벌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운전을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병원에 태워다 주고 등교거리가 먼 학생들의 통학도 돕고 있다. 요금은 받지 않는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할아버지는 최근 SBS 인기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이 이런 일이’에 출연했다. 여기서 받은 출연료 30만원을 그는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단양군에 전달했다.

지 할아버지는 “경비행기도 몰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 조종사 자격증을 딸 수 없는 게 아쉽다”며 “남은 생 동안 좋아하는 패러글라이딩, 카약을 실컷 즐기면서 봉사활동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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