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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8월 건국절은 아니나,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북한은 정권 수립으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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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8월 건국절은 아니나,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북한은 정권 수립으로 기술

입력
2015.1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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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과천 국사편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지난 9일 과천 국사편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정부수립으로, 북한은 국가수립으로 서술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1948년 8월 15일을 정부수립이 아닌 건국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검정교과서들은) 북한에 오히려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지난 3일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1948년 대한민국 건국론’이 국정교과서에 반영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정부는 1948년 건국이 역사학계의 통설을 뒤집는 것이어서 국정교과서에‘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사용하지만 ‘건국절’은 명기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행 검인정교과서는 1919년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돼 있다.“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기술된 헌법전문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을 위시한 보수세력은 건국이 언제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끊임없이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해왔다. 뉴라이트의 대표학자인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45년 광복과 1948년 건국 가운데 중요한 것은 후자”라며 “과거의 조선 왕조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새롭게 탄생한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국”이라고 주장했다. 형식적으로는‘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이 항일투쟁을 통해 성립한 자주독립국가라기보다는 좌우투쟁 속에 한반도의 일부라도 지켜낸 반공국가이자 자본주의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분석이다. 이영훈 교수는 1948년 8월 15일 중앙청 광장 플래카드에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축하식’이라고 쓰여진 대목에 대해서도 “당시 건국ㆍ독립ㆍ정부수립은 그냥 동어반복”이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보수세력이 집요하게 1948년 대한민국 건국론을 반영하려고 한 결과 교육부도 결국‘2015년 교육과정’에서 1948년 8월 15일을 교과서에‘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하도록 했다. 이전‘2009년 교육과정’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한국사에‘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하도록 돼 있었다.

역사학계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하는 것이 헌법을 부정하는 동시에 통일 논의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린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국근현대사학회 회장인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헌법에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는 부분은 대한민국이 1919년 건국했다는 뜻”이라며 “이것이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분단시대에서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29년 먼저 국가로서의 정통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통일논의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진보학계는 박 대통령과 황 총리의 “1948년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이고 북한은 국가 수립이냐”는 지적 자체가 대한민국 역사를 폄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정교과서에서 1948년 8월의 대한민국 정부수립은 사실상 ‘건국’으로 서술되는 반면, 1948년 9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출범은 북한 ‘정권 수립’으로 낮춰 기술된다. 2015 교육과정 한국사 부문에는‘대한민국 수립’과 함께 ‘북한 정권 수립’을 배워야 할 내용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우리는 건국이고, 북한은 정부수립으로 격하하는 것으로 뉴라이트를 비롯한 극우 성향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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