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나카하라 아키(시노하라 료코)는 올해 마흔 살이다. 아직 미혼이며 연하남 신지(사이토 타쿠미)와 동거를 하고 있다. 똑부러지는 성격에 연애 상대에게도 헌신적인 아키. 하지만 진정으로 연하남을 사랑하는지 확신이 없다.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일찍 귀가한 그녀는 동거남과 젊은 여자가 자신의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걸 본다. 당장이고 두 사람을 끌어낼 것 같은 이 여자, 그저 밖으로 나와 거리를 배회한다. 일과 사랑에서 모두 성공하고 싶은 커리어우먼에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역시 힘든 숙제다. 그녀가 기댈 곳은 동갑내기 독신 여자친구인 꽃집 사장 오사키 모에코와 아들 셋을 혼자 키우는 이혼녀 사카다 미도리뿐이다.
지난달 15일부터 일본 후지TV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어른여자’(원제: ‘오토나 조시’는 40세 싱글녀들의 일상과 사랑을 담아낸 이야기다. 오랜만에 여자들을 위한 드라마가 나온 탓인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국내 케이블채널 채널J를 통해 지난달 27일부터 방영 중이다.
‘어른여자’가 반가운 건 미국드라마 ‘섹스앤더시티’ 이후 대가 끊겼던 30,40대 여성들을 위한 로맨스 드라마가 복귀해서다. 30대 초반 섹스칼럼니스트 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라는 파격적인 캐릭터의 등장은 전 세계 여성 시청자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대신 작가, 변호사, 홍보기획사 대표 등 ‘리얼’ 커리어우먼들의 솔직한 성담론과 현실적인 사랑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져서다.
1998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04년 시즌6까지 6년 간 HBO에서 방영됐고, 영화로도 두 편이나 제작돼 방송이 끝난 아쉬움을 달래줬다. 뿐만 아니라 ‘섹스앤더시티’의 프리퀄인 ‘캐리 다이어리’(2013) 시즌2까지 방영돼 ‘섹스앤더시티’의 열성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캐리의 그림자는 그렇게 20년 가까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를 그리워하던 차에 ‘어른여자’의 등장은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연령대가 30대에서 40대로 높아졌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어하는 캐리와 아키의 마음이 다를 리 없다. 캐리를 그리워했을 여성 시청자들에게 아키의 사랑 찾기에 동참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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