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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 힘빠진 육룡... 캐릭터 설명하느라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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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 힘빠진 육룡... 캐릭터 설명하느라 지쳤다.

입력
2015.1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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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유아인(왼쪽)과 신세경. SBS 제공
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유아인(왼쪽)과 신세경. SBS 제공

기대가 컸다. 방송사에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MBC 사극 ‘대장금’(2003)과 ‘선덕여왕’의 김영현 작가, SBS ‘뿌리깊은 나무’로 김 작가와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신경수 PD, 여기에 영화 ‘베테랑’과 ‘사도’의 히로인 유아인까지. SBS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이하 육룡이)는 시작 전부터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총 50부작에 30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러나 한 달이 넘은 이 시점에서 짚어보면 시청률 13.3%(9일 기준, 닐슨코리아)로 10%를 조금 웃돌 뿐이고, 핵심 주연 유아인에 대해선 “과대평가됐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대체 ‘육룡이’의 무엇이 문제인가.

라제기 기자(이하 라)= 드라마 시작 전 불었던 바람이 오히려 방송 이후 잦아들었다.

강은영 기자(이하 강)= 전반적으로 내용이 빈약하다. 스토리보다 ‘육룡’ 즉 6명의 캐릭터를 설명하느라 드라마 초반을 소진했다.

라= 그래서인지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방원(유아인)과 정도전(김명민)보다 오히려 땅새(변요한)가 더 주목 받는다. 호탕하고 야심가로 그려졌던 이방원은 낭만적이고 여린 인물로 나온다.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를 보이는 건 사실인데, 캐릭터만 있다 뿐이지 드라마의 극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강= 지난해 KBS1 정통사극 ‘정도전’이 한 번 훑어 김이 빠진 터라 가상인물들에 무게를 싣는 것 같다. ‘육룡’ 중 이방원 정도전 이성계(천호진)만 실존인물이고, 땅새 분이(신세경) 무휼(윤균상)이 가상인물이다. 그런데 가상인물인 셋이 실존인물보다 더 비중이 있다.

양승준 기자(이하 양)=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산만하다. 가령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한석규)이라는 중심 캐릭터가 있었는데, ‘육룡이’는 정도전을 무협인으로 만드는 등 만화적 설정이 두드러진다. 판타지가 가미된 무협 활극으로 변해버린 ‘육룡이’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라=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의 경쟁심이나 질투 등이 분명하게 드러나 전복성을 보여준다. 그러한 접근은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더 재미있게 이해하게 한다. 그러나 유아인이 그렇게까지 극을 이끌 수 있는 연기력을 지녔느냐는 의문도 든다. 영화에서의 인기는 그가 과대평가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강= 현재 이야기 구조 상 유아인이 포커스가 아니다. 신세경과 변요한이 중심축을 이루며 민초들의 삶이 거의 극을 주도한다. 김명민도 이제야 본격 등장했다. 유아인이 연기력을 폭발할 만한 상황이 아직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조아름 기자(이하 조)= 사극 특유의 카리스마도 없다. 시청자는 사극에서 멜로보다 시대적 메시지를 기대한다. 하지만 ‘육룡이’에는 그런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연기력의 문제인지, 스토리의 문제인지, 하여튼 극적인 카리스마가 실종돼 재미없다.

라= 유아인의 “낭만적이다”라는 대사는 오글거리더라. 지나치게 퓨전화하려는 시도가 반감이 있다. 어벤져스급 제작진과 출연진에 비해 반응이 신통치 않은 건 캐릭터나 내용에 공감이 가지 않아서다.

강= 김 작가와 신 PD, 유아인에 김명민이라는 조합은 20~30% 이상 시청률이 나와야 하는 궁합이다. 심지어 KBS1 ‘정도전’은 총 50부작 제작비가 130억원 정도였다. 300억 제작비의 ‘육룡이’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됐지만 시청률은 20%였다. 퓨전이 아닌 사료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내용이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많다.

라= 보통 퓨전이라고 하면 중심인물을 다르게 해석하든가, 중심인물을 우직하게 가되 주변인물을 상상으로 그려 허구의 갈등은 만든다. 부각되지 않았던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중심인물과 맞서게 하는 식이었는데, ‘육룡이’는 가상인물이 강조되고 중심인물까지 재해석해버려 어렵다.

강= 그간 퓨전이 너무 남발돼 매력이 떨어진 점도 있다. ‘정도전’을 통해 확인됐지만 이제는 정통사극이 더 어필하는 것 같다. 지난해 종영한 MBC ‘기황후’는 시청률은 좋았지만 역사학자나 드라마 제작자 등에게 퓨전사극을 재고의 계기를 주었다. 고려를 괴롭히던 기황후를 고려의 여신으로 만들어버리는 역사왜곡이 심각했다.

라= 퓨전사극 즉 팩션 장르가 10년 넘게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정도전’이나 영화 ‘사도’에서 픽션을 최대한 걷어내고 역사에 가깝게 하며 더 깊은 감동을 줬다. 대중에게 통했다. 그런 점에서 ‘육룡이’가 트렌드를 읽지 못한 부분도 있다.

조= 김 작가의 ‘대장금’이나 ‘선덕여왕’은 작가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아이템이어서 참신했고 시청자들의 지지도 받았지만, 어느 순간 가상인물과 가상설정에 더 힘이 들어가면서 지루해졌다.

양= 어떤 평론가는 기존과 다른 이방원 캐릭터는 세종이라는 인물에 필연성을 주기 위한 설정이라고 분석했다. ‘육룡이’가 김 작가와 신 PD의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이라고 해서다. 무휼이라는 인물은 ‘뿌리깊은 나무’에도 나온다.

강= 어쩌면 ‘뿌리깊은 나무’에 연관성을 두고 쓰느라 한계를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근거를 두고 캐릭터를 풀어내느라 ‘육룡이’의 스토리가 진척이 안 되는 것이다.

양= 지상파 월화극 대진운은 좋은 편이다. KBS ‘발칙하게 고고’는 3%대, MBC ‘화려한 유혹’은 9%대의 시청률이다. ‘육룡이’가 달아난 시청률을 잡아오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조= 아직 극 초반이니 이제 가상 말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방원과 정도전이 날아오를 때가 됐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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