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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운 불황 늪에 철강도 허우적... 중공업 도미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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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운 불황 늪에 철강도 허우적... 중공업 도미노 위기

입력
2015.11.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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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등뼈 역할을 하는 국가 기간 산업인 조선 해운 철강 등 중공업이 흔들리고 있다. 늘어나는 적자와 글로벌 경쟁 격화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내년에도 전망이 어둡다. 특히 조선 해운 철강은 하나가 흔들리면 다른 산업까지 여파를 미치는 연계 산업이어서 중공업 벨트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급감한 선박 수주, 줄지 않는 해운 부실

국내 조선산업의 위기는 줄어든 선박 주문에서 비롯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10일 내놓은 ‘3분기 조선해운시황 및 전망’을 보면 올해 1∼3분기 국내 조선산업의 누적 수주액은 190억5,000만 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줄어든 수치다.

선종별로도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제외하고 대부분 선종이 감소했다. 해양플랜트 수주는 1척에 그쳤고, 벌크선 수주는 아예 없다. 제품운반선은 32%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면 올해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27% 감소한 2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연구소는 보고 있다.

국내 해운업체들도 심각하다.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제 물동량이 줄어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매각 및 합병 등 구조조정 논란에 휩싸인 현대상선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00억~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고 상반기에만 영업손실이 688억원에 이른다. 업계 1위 한진해운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봤다.

안정적인 유가도 조선업에 불리

문제는 내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경제연구소는 내년에 해양플랜트 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 측은 “에코십 투자가 위축되고 해운시황이 악화돼 상선시장조차 별다른 발주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수주 감소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시황을 주도한 대형 컨테이너선도 집중 투자가 이뤄진 만큼 내년에는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향후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를 택할지, 석유 연료를 택할지 결정이 쉽지 않아 당분간 관망하다가 2017년부터 신규 투자가 서서히 이뤄질 것”이라며 “불황기에 한국 조선소에 적잖은 물량을 제공한 LNG선 시장도 당분간 위축될 전망”이라고 내다 봤다.

여기에는 변동성이 적은 안정적인 유가도 발목을 잡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배럴 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유가는 지난해 말 7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뒤 현재 40달러대로 곤두박질 쳤다.

이렇게 되면 해양 플랜트를 이용해 바다에서 원유를 뽑아 올리는 채굴업체들에게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채굴 자체에 많은 돈이 들어서 배럴당 40달러대 유가로는 팔아서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심해저에 시추공을 뚫어 원유를 뽑아 올리는 해양 시추의 경우 평균 생산원가가 대략 배럴당 60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심해저 채굴을 하는 원유 업체들이 이익을 내려면 유가가 배럴당 최소 70달러는 돼야 한다. 그렇다 보니 국내 중공업에 해양 플랜트를 속속 발주했던 원유 업체들이 플랜트 인수를 미루면서 조선업체들의 위기가 가중됐다.

문제는 정유업계 예측에 따르면 내년에도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선에서 옆걸음질 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세계적인 유명 석유 메이저업체들이 신규 해양 플랜트 수주를 당분한 하지 않을 수 있고 이미 발주한 해양 플랜트 인수마저 더 뒤로 미룰 수 있다. 대신증권의 전재천 선임연구원은 “2016년 상반기까지 유가(서부 텍사스유 기준)는 배럴당 50~55달러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라며 “상당수의 심해 유전 프로젝트가 현재의 50달러 내외인 상황에서 경제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최종투자결정이 늦춰진다”고 분석했다.

해운업계도 내년 경기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조선 해운에서 시작된 불황의 불똥이 철강으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운업체들이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선박 주문을 줄이면 조선업이 타격을 입고, 덩달아 조선업체에 강판을 납품하는 철강업계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인위적 구조조정 효과 없어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서둘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선사들을 강제 합병하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큰 효과 없이 오히려 경쟁력만 떨어뜨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기업 규모가 엇비슷하고 각 사가 진출한 시장도 겹치기 때문에 두 업체를 합쳐 시장 점유율 늘리거나 어느 한 쪽이 우월한 위치에 서는 교과서적인 인수합병(M&A)은 불가능하다”며 “강제합병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인위적 구조조정 보다는 지원으로 산업 경쟁력을 살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해운은 장기 사이클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물량이 줄더라도 고령 인력 내지는 유휴인력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되 지속적으로 충원을 해줘야 후유증이 최소화되고 산업의 기반도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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