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에 사과를 드린다.”
출판사 동녘이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나오는 5세 소년 제제를 성적 대상화했다고 아이유를 비판했던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 5일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진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유감스럽다”고 문제 제기한 뒤 5일 만의 입장 번복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한국어판 출판사인 동녘은 10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자사 계정에 “원작자의 의도와 그 의도를 해석하고 공감하며 책을 출판해왔던 저희로서는 또 다른 해석을 낯설게 받아들여 그와 관련해 글을 올리게 됐다”며 “부디 앞서 게재된 글이 하나의 의견으로서만 여겨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동녘은 지난 5일 “제제를 잔인하고 교활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아이유의 신곡 ‘제제’를 비판했다. 하지만 독자의 문학 해석에 대한 자유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여론이 일자 이에 부담을 느껴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SNS인 트위터에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출판사가 독점할 수 있느냐”고, 영화평론가 겸 방송인 허지웅은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시시각각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라며 출판사의 아이유 ‘제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비판했다.
아이유의 ‘제제’ 비판 글을 올린 뒤 ‘노이즈 마케팅 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진 것도 동녘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형 서점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제 논란이 일었던 5~8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판매량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이 뛰었다.
동녘의 유감 표명에도 네티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 네티즌은 동녘이 이날 올린 게시글에 ‘출판사로서 입장을 표명할 때에는 그만큼 더 생각을 해보고 글을 쓰셨어야죠. 여론의 흐름에 따라 가벼이 행동한 것으로 밖에 생각이 되지 않네요’(길**), ‘상대방의 의도를 왜곡하여 판단해 논란을 가중시킴으로써 전혀 그런 의도가 없던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으면 합니다’(곽**)등의 댓글을 달아 출판사를 비판했다. 반대로 ‘원작을 출판한 곳으로서 당연히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So Hyun***)는 의견도 올라왔다. 다음은 동녘이 올린 사과문 전문
<도서출판 동녘 공식입장>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에 사과를 드립니다. 다만 원작자의 의도와 그 의도를 해석하고 공감하며 책을 출판해왔던 저희로서는 또 다른 해석을 낯설게 받아들여 그와 관련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부디 앞서 게재된 글이 하나의 의견으로서만 여겨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쏟아진 다양한 의견들을 겸허히 청취하며 수용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책들을 출판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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