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일암.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랑, 행복, 건강, 그리고 합격과 승진, 일상의 안녕…소박하지만, 고된 일상에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에겐 간절하고 또 간절한 바람들. 작은 몸뚱이 하나 온전히 기댈 곳 없다 느껴지는 막막한 순간, 종교와 상관없이 우린 그저 두 손 모으고 기도에 나선다. 대상도 모른 채,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 가슴은 먹먹한데 몸짓은 고결하다.
그 유명한 향일암은 여수 돌산도 금오산(323m)에 있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 경남 남해 보리암, 인천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도량으로, 기도 효험 좋기로 전국적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다. 신라의 원효대사가 선덕여왕 때 원통암으로 창건했고, 조선시대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으로 개창했다.
향일암은 암자임에도 불구하고 원통보전(대웅전), 삼성각, 관음전, 용왕전 등의 가람과 종각, 해수관음상 등이 있어 사찰로서 면모를 갖췄다. 2009년 원통보전이 화재로 소실됐지만 2012년 복원됐다.
산 아래 마을에서 제법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른다. 매표소와 두 개의 큰 바위로 이뤄진 석문을 지나면 향일암. 그리고 느닷없이 펼쳐지는 장쾌한 남해.
향일암은 바다 풍경 기막힌 곳이다. 남도의 여느 바다 풍경과 달리 크고 작은 섬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시야가 막힘이 없으니 '망망대해'가 여기 있다. 일출명소로도 인기다. 해마다 12월 31일에서 다음해 1월 1일에 일출제가 열린다. 끝없는 수평선 딱 5분만 바라보면 일상의 묵은 앙금 쑥 내려간다. 넓고 넓은 바다 앞에 서서 그리운 것들 실컷 그리워하고, 지난 시간 돌아보며 마음도 살핀다.
큰 숨 한번 들이켜고 경내 산책한다. 향일암은 관음전이 두 개인 것이 특징. 이 중 상관음전이 원효대사가 수도하며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던 곳으로 전한다. 관음전 옆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엉킨 연리목(사랑목)도 눈길을 끈다. 바다가 보이는 마당도 좋고 곰삭은 시간의 향기 느껴지는 관음전도 좋으니 어디든 찾아 들어 간절한 바람들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아예 금오산 등반을 작정했다면 향일암 입구 부근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른다. 쉬엄쉬엄 걸어도 30여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이곳에서 보는 남해의 풍광은 더 장쾌하다.
향일암 가는 길에 무슬목이나 방죽포해변은 들러볼만하다. 분위기 고즈넉해 쉬어가기 좋다. 무슬목은은 커다란 몽돌이 유명하고, 방죽포는 작고 아담한 해변이 운치가 있다. 모래가 곱고 송림이 참 예쁘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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