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주 시 정책금융 지원 않기로
조선ㆍ건설업종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까
앞으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부의 산업정책을 수행하는 정책금융기관이 해외건설업이나 조선업에 금융지원을 하는 경우 사업별로 수익성 평가가 의무화된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ㆍ건설 등 수주업계가 정책금융을 등에 업고 대규모 수주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금융자금을 탕진해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조선ㆍ건설업종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정책금융 관계기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정책금융기관 역할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관, 정책금융기관 대표, 해외건설 및 조선업 관련 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는 부실사업으로 인한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는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며 “부실 방지를 위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들은 정책금융기관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전문기관의 사업 수익성 평가를 꼭 거치도록 했다. 수익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수주해 오는 경우, 기업 신용도가 아무리 좋아도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수익성을 전혀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의 신용도와 담보 조건만 충족하면 대출에 큰 문제가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성을 평가한다면 치킨게임(경쟁자를 도태시키기 위한 출혈경쟁)을 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하는 무리한 수주를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수익성 평가는 산은 수은 무보 등이 공동으로 설치한 전문기관에 일임하게 된다. 해외 건설업 수익성 평가는 정책금융지원센터에 별도의 팀을 조직해 맡기기로 했고, 조선업 수익성 평가를 위해 해양금융종합센터 내에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가 설치된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사가 강화되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저가 수주가 사라지면서 수주 물량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이나 건설업계의 수주 내용을 정책금융기관이 세운 전문기관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지 실사 등을 거치지 않고서 수주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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