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피는 아침
‘물 쓰듯 쓰다’라는 말처럼 흔하던 물이 요즘 메말라 전국 산하가 신음 중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가뭄으로 저수지와 댐들은 바닥이 드러났고 주변 주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더 암울한 것은 “내년 봄 최악의 가뭄이 찾아온다”라는 기상청 예보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은 제한급수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팔당호와 팔당댐을 통해 북한강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이 서울 시민들에게 충분한 양을 제공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팔당호는 동양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몽환적인 풍경도 연출한다. 이른 새벽 동이 트고 차가운 햇볕이 번지면 기온이 오른 팔당호는 물안개 천국이 된다. 예전 같으면 여유롭게 경치를 즐겼겠지만 가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대지를 생각하니 지금은 한낱 사치에 불과한 듯하다. 어서 흡족한 단비가 내려 해갈 소식과 함께 아름다운 물안개 풍경을 감상하고픈 마음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