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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항 거듭난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붐에 하루가 다르게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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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항 거듭난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붐에 하루가 다르게 변신 중

입력
2015.1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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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시절 군사요새 출입통제 지난달 다시 자유항으로 지정

러, 극동 선도개발구역 파격 지원 10년 후 총생산 2배 청사진

국제물류ㆍ관광거점 탈바꿈 가속 “100년 전 번영 경험 살리겠다”

중국 자본 러시에 경계 심리도… 北 노동자들 건설현장마다 가득

한국 투자 미진엔 아쉬움 표출

지난달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외곽 해변가인 에겔셀드 지역의 고층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기초공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개발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극동지역에만 북한 노동자 2만명을 받아들였다. 노동력 수출은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의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외곽 해변가인 에겔셀드 지역의 고층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기초공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개발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극동지역에만 북한 노동자 2만명을 받아들였다. 노동력 수출은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의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러시아는 과거 자유항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전세계 4,000여개의 자유무역지역의 성공과 실패 요인도 연구했다.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는 끝냈다.” 지난달 말 방문한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의 한 교수 말이다. 19세기 후반 중국 조선 등에서 인구 유입으로 블라디보스토크가 국제도시 면모를 보이자 러시아 정부는 1904년 자유항으로 지정, 극동지역 해외교역 중심지로 삼았다. 하지만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극동의 안보거점으로 해군 기지화하면서 90년대 초반까지 내국인마저 출입을 통제할 정도로 암흑기를 보냈던 블라디보스토크는 지난달 12일 100년 만의 자유항 발효로 국제물류와 관광거점으로 서기 위해 다방면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자유항 부활 기대심리 확산

지난달 23일 찾아간 블라디보스토크 외곽 해변지역인 에겔셀드 주변은 건설현장을 오가는 트럭들로 정신이 없었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통과한 트럭들은 20층이 넘는 고층빌딩들을 짓는 곳에 멈춰 섰다. 이곳 주민은 “풍광이 좋아서 최근에 건설 붐이 일었다. 완공되면 부유층이 살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빌딩들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 해변과 항만, 교각, 주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정작 건설현장은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온 북한과 중앙아시아 출신 일꾼들로 가득했다.

사실 러시아 경제는 서방 제재와 원자재 가격폭락으로 침체 국면이지만 대형국책사업이 진행 중인 극동지역 기대심리는 꺾이지 않았다. 러시아정부가 극동개발을 위해 자유항과 선도개발구역을 지정해 해외투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붐 조성 차원인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각종 국제회의와 세미나, 전시회 등이 자주 열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 주최로 지난 9월 3~5일 극동연방대학에서 연 동방경제포럼에는 24개국 정부와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포럼에 참가했던 러시아 측 인사는 “특히 중국 정부 당국자와 기업인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중국과 일본은 구체적 투자성과가 있었지만 한국은 별로 없다 보니 러시아 측에서 은근히 불만을 표출했다”고 귀띔했다. 중국 자본이 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한 러시아의 경계심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북한이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러시아 경제관계 고위 인사들이 근년 들어 남북 양쪽을 번갈아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지난 2년 새 4, 5차례나 남북한을 오갔다. 지난달 중순에는 북ㆍ러간 직접 교역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방북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고위급 경제협력 채널인 ‘한ㆍ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 참석차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광범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러시아와 남북한 당국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지난달 23일 블라디보스토크 고지대에서 바라본 항만의 모습. 블라디보스토크는 지난달 자유항 지정을 계기로 국제물류거점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3일 블라디보스토크 고지대에서 바라본 항만의 모습. 블라디보스토크는 지난달 자유항 지정을 계기로 국제물류거점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10년 뒤 2배 성장 목표

지난달 12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해주 15개 도시에 취해진 자유항 지정은 이 지역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 입주기업은 5년 동안 소득세가 면제되고 관세를 적용 받지 않는다. 무비자 입국과 함께 통관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러시아 측 관계자는 “2025년까지 연해주 지역의 총생산이 2배 이상 증가하고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극동지방에 경제자유구역 개념인 선도개발구역을 지정한 이유도 자유항처럼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정차된 화물열차 모습. 열차에 실린 광물과 곡물은 역과 연결된 항만으로 옮겨져 바닷길로 운반되기도 한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정차된 화물열차 모습. 열차에 실린 광물과 곡물은 역과 연결된 항만으로 옮겨져 바닷길로 운반되기도 한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블라디보스토크 주요 명소에는 단체관광 온 중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오전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 역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독수리 전망대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단체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과거 중국 땅이었던 곳인데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자본과 중국인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계심이 있다. 극동러시아 인구를 다 합해도 1,000만이 안 되지만 중국은 동북3성에만 1억명 이상이 살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물자 중에서 물과 감자 빼고 모두 중국산이란 이야기가 돌 정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하림 연구원은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자유항과 선도개발구역을 설정하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극동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심층 기획 ‘개발 열풍, 북ㆍ중ㆍ러 접경을 가다’

<1>천지개벽하는 압록ㆍ두만강변

<2>100년 만의 부활 꿈꾸는 연해주

<3>대륙의 꼬리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4>긴장과 기대 교차하는 두만강

<5>열리지 않은 개방다리, 신압록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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