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中 훈춘 고속철도 연결에
대규모 항만ㆍ국경 터미널 조성 계획도
지난달 24일 러시아 연해주 국경도시 크라스키노에서 중국 지린성 훈춘까지 넘어가는데 통관에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겨우 3㎞ 남짓 전진하는데도 이 정도라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비포장도로 양쪽에 말뚝을 박고 철조망을 쳐놓은 게 양국 경계선의 전부였고 러시아 검문소와 세관 건물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정도로 낡았다. 이런 불편함과 지루함에도 중국으로 넘어가려는 대형트럭 행렬은 2㎞가 넘을 정도로 교류가 활발했다. 반면 러시아 국경을 넘어 도착한 훈춘 세관은 최신식 건물과 첨단설비, 잘 닦인 도로를 갖추고 있어 러시아 세관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러시아 극동개발의 기본전략은 이처럼 중국과 북한으로 연결되는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고 규모가 작은 노후 항만을 현대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크라스키노 국경지역에 터미널 개발을 계획하는 등 ‘극동발전전략 2025’에 따라 항만과 도로, 철도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중국 동북3성 고속철도 종점인 훈춘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노선을 연장하기로 중국과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당국자는 “연간 예상 승객 수에 따라 건설계획이 달라질 수 있지만 조만간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자루비노와 하산 등 접경지역에 대규모 항만시설을 지을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극동러시아 항만의 화물 처리량은 식품과 농수산물, 에너지자원 수출에 힘입어 2000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톡 나훗카 자루비노 등 극동지역 5대 항만의 처리능력 부족으로 화물적체와 운송지연이 발생해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단선 철로만 놓인 나진~하산 구간에도 도로를 짓기로 북한과 합의하는 등 북한과의 교역확대에도 관심이 높다. 극동개발부 관계자는“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했을 때 도로나 철도 연결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협력할 방법을 모색했다. 특히 남북한과 러시아가 상호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루비노ㆍ크라스키노=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심층 기획 ‘개발 열풍, 북ㆍ중ㆍ러 접경을 가다’
<1>천지개벽하는 압록ㆍ두만강변
<2>100년 만의 부활 꿈꾸는 연해주
<3>대륙의 꼬리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4>긴장과 기대 교차하는 두만강
<5>열리지 않은 개방다리, 신압록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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