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로 한국 찾은 유커 급감
대신 日, 태국 관광 늘어 ‘어부지리’
면세사업 매출에 직접적 타격 분석
“규모 키우고 특화 서비스 개발 필요”
세계 1위인 한국 면세사업이 중국 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맹추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9일 한국면세점협회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면세사업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1.6% 증가한 8조3,000억원이다. 주변 경쟁국인 중국은 지난해 관련 시장 규모가 5조6,000억원, 태국은 2조1,000억원, 일본은 1조원을 기록했다. 이 국가들은 아직 우리나라와 격차가 있지만 꾸준히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 들이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가 면세사업의 경쟁상대인 주변국들에게는 호기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면세점 시장의 큰손인 중국 관광객들은 지난해 613만명이 방한했다. 그러나 올해는 9월말까지 436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반면 일본 태국은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증가했다. 일본 관광청 집계 결과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241만명에서 올해 9월 말 383만명으로 늘어났다. 태국도 마찬가지다. 태국 정부가 조사한 태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462만명에서 올해 9월 말 60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대폭 줄고 일본, 태국에서 증가한 것은 지난 4월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후유증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 면세 사업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져 올해 면세사업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해외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한국의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것처럼 보이지만 메르스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예측 불가능한 요인 때문에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유통 전문가들은 국내 면세점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 해외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규모와 면세점 만의 사업 특징을 파악하고 특화 서비스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1989년부터 해외여행이 완전 자유화되면서 국내 시내면세점이 29개까지 증가했다”며 “하지만 면세점 사업 특징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1990년 일본 버블 경기 붕괴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대부분 문을 닫아 1999년 11개로 줄었다”고 말했다.
면세사업의 특징이란 장소만 빌려주는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은 모든 상품을 직접 사들여 판매하는 구조를 말한다. 당연히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해서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운영 경험과 자본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경쟁이 치열한 규제사업인 면세점은 더 이상 특혜사업이 아니다”라며 “한국 관광 인프라에서 핵심인 면세점 사업이 주변국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유통업계에서 국제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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