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리을설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빠진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리을설 빈소 조문에도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신변이상설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이 리을설의 빈소가 차려진 평양 중앙노동자회관을 찾아 조문한 사실을 보도하며 동행 명단에서 최룡해를 언급하지 않았다. 조문 행렬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등 인민군 관계자들이 포함됐지만 최룡해는 빠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기존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룡해 말고 명단에서 빠진 인물에 대해선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오일정 당 군사부장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보당국은 “당장 최룡해가 숙청당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김정은을 수행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던 최룡해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유로 문책으로 인한 숙청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숙청됐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역시 4월 22일까지도 김정은을 수행했지만, 8일만 에 전격 숙청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룡해의 이상 거취를 ‘빨치산 2세대 몰락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동료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최룡해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역시 ‘빨치산 혈통’인 오일정 당 군사부장이 나란히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진 점이 이 같은 분석의 근거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최룡해가 숙청됐다면, 항일 빨치산 그룹 모임 등에서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불경죄로 낙마했을 것”이라며 “오일정 당 부장도 사실상 해임된 것으로 미뤄 볼 때 빨치산 2세 내부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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