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내년부터 국산 오크통 보급 추진
유럽산보다 항산화물질 더 많고 맛도 깊어
충북 영동군은 와인 숙성용 국산 오크통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현재 국내 와이너리(와인 양조장)들은 와인 숙성을 위해 쓰는 오크통을 대부분 유럽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데 이 유럽산 오크통은 개당(225리터) 가격이 180만원을 웃돌아 농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영동군은 지난해부터 국산 오크통 개발에 본격 나섰다. 영동대 최해욱(와인발표식품학과)교수팀에 국산 참나무 원목을 이용한 오크통과 오크칩(나무조각)생산기술 개발을 의뢰했다.
최 교수팀은 2년여의 연구 끝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국산 오크통 시제품을 최근 개발해냈다. 이 국산 오크통은 약 100리터 용량으로 유럽산의 절반 크기이다. 최 교수는 “유럽처럼 지름이 1m이상되는 큰 참나무가 없어 통 크기를 줄였다”고 했다.
크기는 작지만 국산 오크통의 효능은 유럽산보다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 실험에 따르면 국산 참나무는 유럽산보다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7%, 황산화도는 28%나 더 높았다. 이에 따라 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이 유럽산보다 더 깊은 맛과 향을 내는 것으로 평가됐다.
단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이 조금 많아 이를 제거하는 게 관건인데, 이는 참나무를 벌목한 뒤 자연상태에서 2~3년 놔둬 성분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국산 오크통을 만들 경우 와인 농가의 비용을 3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시제품 개발이 성공함에 따라 영동군은 소형 오크통 제작 경험이 있는 영동와인오크통제작소(대표 정충호)에 국산 오크통 제작을 맡길 계획이다. 연초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군내 와이너리 농가에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동와인오크통제작소는 군으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아 이미 생산라인을 갖춰 놓은 상태다. 군농업기술센터 지서경 와인산업팀장은 “국산 와인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고 값비싼 수입 오크통을 대체하기 위해 국산 오크통 보급이 시급하다”며 “머잖아 우리나라 굴참나무로 만든 통에서 발효된 진짜 토종 와인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도 주산지인 영동군은 10여년 전부터 와인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 지금까지 43곳의 와이너리를 조성했다. 이들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은 전국 주요 품평회를 휩쓸며 명품 반열에 올랐다.
한덕동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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