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7ㆍ두산)는 믿고 보는 ‘국제용’ 선수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일본과 예선 라운드에서 9회초 대타로 나와 상대 왼손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에게서 결승타를 친 뒤부터 대표팀의 핵심 외야수로 자리잡았다. 이번 ‘프리미어 12’ 전까지 국제 대회 참가 성적은 30경기 출전에 타율 0.404(104타수 42안타) 19타점 23득점이었다.
프리미어 12에서도 김현수는 어김 없이 중심 타선에 자리했다. 3번 붙박이 좌익수로 예비 메이저리거 4번 이대호(소프트뱅크), 5번 박병호(넥센)와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했다. 상대 투수로선 이름값과 한 방이 있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이대호와 메이저리그 포스팅 ‘1,285만 달러 사나이’ 박병호를 더 경계할 법했지만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는 김현수를 가장 신경 썼다.
?오타니는 8일 한국과의 대회 개막전에서 김현수를 의식했다. 1회 2사 후 처음 만난 김현수에게 초구 시속 158㎞ 강속구를 시작으로 2구 161km, 3구 159km, 4구 158km를 연거푸 뿌렸다. 2구째 161㎞는 이날 자신의 최고 구속이었다. 첫 번째 승부에서 포크볼로 삼진 처리한 오타니는 4회 다시 포크볼로 승부하다가 김현수에게 노 히트가 깨지는 우전 안타를 맞았다. 6회 세 번째 승부 때는 잘 던지지 않던 느린 125㎞ 슬라이더를 구사해 김현수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이대호와 박병호도 있었지만 나는 3번(김현수)이 좋은 타자라고 생각했다. 타석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언론 스포츠닛폰도 9일 “오타니가 가장 경계한 타자는 3번이었다”고 전했다.
?보통 국제 대회는 투수보다 타자가 어려움을 겪곤 한다. 투수는 자신의 무기들로 평소처럼 투구하면 되지만 공을 보는 입장인 타자는 낯선 투수에 고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현수는 전혀 낯가림이 없다. ‘타격 기계’라는 별명처럼 어떤 공이든 잘 맞히는 콘택트 능력이 있고, 올해에는 상대 투수와 타이밍 싸움을 맞추기 위해 ‘레그 킥’(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리면서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 행위)도 버렸다.
?김현수의 국제 대회 성적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할대 타율(0.250)을 제외하고 2008 베이징 올림픽 0.370, 2009 WBC 0.393,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0.556, 2014 인천 아시안게임 0.421로 맹타를 휘둘렀다. 처음 보는 투수들의 공을 곧잘 치는 김현수의 경쟁력은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서 몸값을 더욱 끌어올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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