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지난달 31일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사고의 원인이 점차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 테러로 좁혀짐에 따라 향후 전세계 공항에서 검색이 강화돼 여행객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가 이륙한 이집트 유명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 공항의 허술한 검색이 도마에 오르면서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이 8일 BBC방송에 출연해 “기내 폭발물로 추락한 것이 최종 확인된다면 중동 지역 공항을 이용하는 비용과 승객들의 대기 시간은 한참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검색 강화에 들어가는 비용도 결국 공항 이용객들에게 전가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샤름 엘 셰이크 현지에는 사고 이후 5,000여 명에 달하는 영국인 관광객들의 발이 묶여 있다.
이집트 관광지가 러시아 여행객들에 못지 않게 영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만큼, 영국 정부 입장에선 자국민 보호를 위해 높은 비용을 무릅쓰고라도 해당 노선 항공기와 공항의 검색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 이용객 순위 세계 3위권인 런던 히드로 공항의 검색 수위와 인력 충원이 확대될 경우 여행객들에게 미칠 파장은 비단 영국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영 일간 가디언은 항공보안분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여객기 사고가 테러나 외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려질 경우 새로운 항공 보안 시스템이 시급하게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공항 근무자들이 별다른 보안검색 없이 오가는 출국 게이트 안쪽의 보안 설비와 인력을 많이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항공보안전문업체 ‘오그멘티크’의 매튜 핀 감독관은 “전 세계 항공사와 공항들은 보안구역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테러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인지 철저히 검증하고, 적합한 이들을 충분히 고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는 “현재는 엑스레이를 통과한 여행객 가방들 가운데 위험물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짐(전체의 1%)에 대해서만 인력이 동원돼 직접 조사를 진행하는 게 관례이다”라며 공항 보안이 강화되면 결국 직접 가방을 열어 확인하는 경우가 현재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어 여행객은 더욱 길어진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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