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교인들이 상습 성추행 혐의를 받고도 목회를 이어가고 있는 전병욱 전 삼일교회(현 홍대새교회) 목사에 대한 처벌을 교단 측에 거듭 촉구했다.
삼일교회 치유와 공의를 위한 TF팀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평양노회의 전병욱 목사 징계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전 목사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 꾸려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산하) 평양노회 재판국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체됐다”며 “한국교회가 거룩성을 회복하고 이 사건으로 피해 입은 모든 이들에게 회복과 치유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 목사의 면직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젊은 스타 목회자’로 통했던 전 목사는 2004~2009년 교회에서 여신도의 몸을 더듬거나, 안마 및 구강성교 등을 강요하는 등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언론 취재로 문제가 불거진 2010년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히며 삼일교회 목사직에서 사임했지만, 2012년 5월 홍대새교회를 개척했다.
전 목사에 대한 형사 고발 및 처벌은 공소시효가 지나 불가한 상태라 교인들은 교단 측에 ‘면직’등 징계를 요구했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했다. 당회(각 교회ㆍ1심)로부터 올라온 사건의 처분 등을 맡은 평양노회(2심)가 사건 발생 4년여 만에 재판국을 꾸렸지만 돌연 이를 해산한데다, 상급기간인 예장 합동 총회(3심)에서도 “노회가 우선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까닭이다.
보다 못한 삼일교회 측은 6월 이 사건 해결을 위해 ‘치유와 공의를 위한 TF팀’을 꾸렸고, 9월 열린 예장 합동 총회 참석자들에게 사안을 적극 알리는 등 대응 폭을 넓혔다. 이 자리에서 예장 합동 총회가 긴급동의안을 결의해 “평양노회가 이 사건을 재판해야 한다”고 결정한 만큼, TF팀은 재판국의 재구성 및 징계 처분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삼일교회 관계자는 “총회가 노회 측에 올해 성탄절 이전에 결론을 내도록 권고한 만큼 그간 사건 해결을 차일피일 미뤄온 평양노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대새교회 측은 잇달아 성명서 등을 발표하며 대응하고 나섰다. 특히 올해 7월 “성추행 관련 사실들이 부풀려졌다”며 피해자와 전 목사가 함께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전 목사를 따라다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일교회 이수미 집사는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촬영된 성폭력 피해자의 사진을 버젓이 홈페이지에 올리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황당한 대응에 즉각 항의했지만, 어떤 응답도 돌아오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노회에서 제대로 된 재판이 이뤄져 한국 교회 전체의 도덕성이 회복되는 계기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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